2기 심재윤 추천사

“그게 뭐든,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게 맞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6주 풀타임 ‘사회혁신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 언더독스 사관학교.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렸던 6주의 시간이 끝난 뒤, 소셜벤처로서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선 팀도 있고, 사관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본래 속해 있던 소셜벤처로 돌아간 사람도 있습니다.

흔치 않은 길을 택할 수 있던 배경에는, 남들과는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어온 발자취와 사관학교에서의 성장, 그리고 앞으로의 꿈과 계획이 너무나 궁금해 다짜고짜 인터뷰를 부탁하기로 했습니다.

장인 정신 팀과 심재윤님 (맨 오른쪽)
서울혁신파크를 방황중인 그를 만났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심재윤님입니다. Final Ceremony가 끝난 바로 다음 주, 졸업생 친구들을 찾아 사관학교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혁신파크를 약속도 없이 배회(?)하던 재윤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면서, 다짜고짜 인터뷰를 부탁했습니다.

– 원래 오늘 인터뷰하기로 했던 날도 아닌데, 여긴 웬일이에요?

1층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일하려고 했어요. 그동안 여기서 거의 살다시피 했으니까 익숙하기도 하고. 다른 사관학교 졸업생들도 계속 오간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와 보니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오길 잘 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자주 오려고요.

–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3월 5일부터 열릴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 7월부터 국민대 창업지원사업에 선발돼 신인 작가들의 전시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요. 순수미술 작가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전시가 거의 유일한데, 전시회를 여는 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서, 도시 곳곳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대학을 졸업할 때 생각해보니까, 저는 국사랑 경영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제가 거기에 대해서 전문가라거나, 그걸 100% 살려서 직업을 가져야겠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되어서, 한동안 친구들에게 “넌 졸업하고 뭐 할 거야?” 하고 물어보고 다녔어요. 그런데 친구들도 어떤 전공이든 상관없이, 대답이 결국 두 가지더라고요. 대기업, 아니면 공무원. 그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얘긴 아니에요. 자기가 정말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서, 공무원이 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라면 그건 그대로 가치가 있는 거겠죠. 하지만 아니더라고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가치 있는 삶을 준비하는 사람은, 제 주변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어요.

취조하는 것 아닙니다. 인터뷰는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는…

저희 누나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는데, 졸업한 뒤에도 작업을 계속 하고 싶어 했어요. 작업실로 방 하나만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그런데 결국 사무직으로 취직했어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던 것처럼 누나한테도 왜 취직하고 싶었냐, 하고 싶었던 일이 뭐였냐고 별 생각 없이 물어봤는데… 엄청 긴 이야기를 털어놓더라고요.

신인 작가는 미대를 졸업해도 막상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대요. 전시회를 자꾸 열어야 자신을 알릴 수 있는데, 대개 한 번에 천만 원 이상씩 들고요. 부모님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이상 꾸준히 작업과 전시를 이어 나갈 수가 없는 게 현실인 거죠. 전업 작가가 되고 싶지만 일단은 작업할 재료비랑 전시회 열 돈이 필요하니까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을 하다 보면 작업을 병행하기가 어렵고…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되어서 꿈을 포기하고 살게 된다고, 자기도 친구들도 다 그렇게 되었다고 했어요.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저는 뚜렷한 꿈이 없어서 방황했지만, 진짜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신인 작가들이 꿈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돕자고. 3월에 열릴 전시는 지금까지의 기획을 첫번째로 실현하는 거예요.

– 사관학교를 찾기 전에 이미 소셜벤처를 창업했던 거군요.

그렇죠. 사관학교는, 창업 교육이라고 하기에 사실 실무적인 부분을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달랐어요. 정말로 창업을 해야 하는지, 내가 창업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부터 생각하도록 했어요. 창업 아이템보다는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찾게 했고요.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를 경험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훨씬 깊이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또 놀랐던 건, 깜짝 놀랄 만큼 대단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거예요.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각자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과를 이룬 사람들이었어요. 소셜벤처를 시작하기 위해 퇴사하고 온 사람, 이미 창업 경험이 있던 사람도 많았고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정말 생각도 못했던 만큼 치열하게 했죠.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팀원들과 치열하게 고민했던 장인정신팀

사실 사관학교를 경험하기 전, 친구들과 일할 때는 이만큼 치열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부모님을 통해서 갤러리로 쓸 수 있는 지하 공간을 하나 확보해서, 거기에 대안갤러리를 만들어야겠다는 것 외엔 별로 생각한 게 없었죠. 언제까지 기간을 잡고 그 안에 적당히 처리하면 되겠지, 하는 여유로운 마음이었죠.

이제는 자세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비즈니스 단계 가운데 내가 어디에 있구나,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하구나 하는걸 몸으로 기억하게 되었으니까요. 사관학교는 굉장히 압축적이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창업은 원래 그렇게 해야 진짜 성과를 낼 수 있는 거라고 느꼈어요. 다시 제 사업으로 돌아오니까, 정말 욕심이 나요. 계획했던 것들을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겨 보고 싶어요.

작품의 가치를 널리 알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대로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 재윤님의 마음을 움직인다.
2기 Final Ceremony에서 전통 공예 장인의 제품과 디자인 소품을 결합하려 했던 ‘장인정신’ 프로젝트를 발표했던 모습.

– 사관학교에서 또 무엇을 얻어가시는 것 같나요?

마음이 든든해진 거요. 자신감이 생긴 것. 그동안 주변에서 만난 창업 준비하는 사람들은 다들 돈 벌 생각만 했어요.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가 이상한가?’ 하고 생각했거든요. 의미가 있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일은, 원래 안 되는 건가? 나는 잘못하고 있는 건가? 하면서요.

그런데 사관학교에서 다른 참가자들, 또 멘토님들을 만나면서 이젠 확신이 생겼어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할 때, 나 말고도 가치를 함께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는 다른 사람들과 방향은 달랐을지 몰라도,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니었구나. 동료를 만난 것이 가장 기뻐요. 대기업이나 공무원 되는 것만 바라보는 친구들 사이에서,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사는 게 당연한 건가?’라고 자꾸 묻게 되었었는데 이젠 답을 찾았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맞구나. 설령 그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고 해도, 남들과는 다른 선택이라고 해도요.

에디터 YOLO (yolo@underdog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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