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대기업 취업스펙? 진짜 창업?…사회혁신 창업멘토 목소리 들어보니

20대 창업연령은 점점 내려가고, 30~40대 이상 장년층 창업 수요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대 청년들은 창업경험을 대기업 취업 스펙으로 생각하다가 진짜 진로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장년층 창업자는 기존 직장 퇴사 뒤 치킨집 창업으론 답이 없다는 생각을 지닌 분들입니다.”

김정헌 언더독스 대표.

김정헌 언더독스 대표(35)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가다. 2015년 4월부터 사회혁신을 주제로 한 스타트업 창업교육과 아울러 초기 창업과정을 도와주는 사업을 시작해 3년간 5천여명 260여개 팀을 배출했다.

또 스스로 사회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해 자회사를 키우는 회사이기도 하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투자한 기업으로 유명세를 얻은 대학생 놀이시터 중개 기업 ‘놀담’ 등이 언더독스 교육을 거쳐 배출됐다. 직장인 진로교육인 ‘퇴사학교’나 반려견의 친환경 건강식 생산을 내세운 ‘어니스트밀’ 등 4개의 자회사는 언더독스가 직접 투자해 자회사로 키워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7억원, 자회사까지 합하면 28억원 정도를 올렸다. 언더독스는 사회기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6주짜리 100여명 규모 창업 무료교육을 포함해, 6~15주짜리 위탁 창업교육을 연간 2천여명 대상으로 진행한다. 케이티앤지·지에스홈쇼핑 등 대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위탁교육 시장이 커졌다. 김 대표는 “2015년 창업교육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런 사업이 가능하냐 싶을 정도로 불모지에 가까웠는데,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위탁교육 수요가 생기다가 지난해부터는 대기업들이 창업 위탁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윤홍조 마리몬드 대표(32)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끌어낸 것으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사회적 기업가다.

대학 때 지역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재학 중이던 2012년 창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연매출 99억원을 올린 직원 60여명의 회사로 키웠다. 위안부 피해자에서, 위안부 사회의제 이슈화 과정을 통해 평화를 말하는 인권운동가이자 예술가로 거듭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동영상·카드뉴스로 콘텐츠로 만들어 올렸고, 할머니들의 미술작품을 테마로 한 스마트폰 케이스, 가방 등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생산해 판매로 연결했다. ‘사회적 가치’가 있는 주제를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이런 이야기를 담은 제품을 만들어서 ‘사회적 가치’와 ‘공감’을 판 것이다. 여기에 ‘개념소비’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길을 열었다. 수지·박보검 등 연예인들이 협찬 없이도 제품을 사용하는 사진을 사회관계네트워크(SNS)를 통해 확산시켰고, ‘공감’을 중시하는 20대 여성 소비층이 에스엔에스의 자발적 우군이 됐다.마리몬드는 올해부터는 확산해나갈 새로운 사회적 가치로 ‘아동구호’와 ‘아동학대 예방’의 메시지를 담은 ‘아이들’을 선정했다. 회사 안엔 ‘동반자팀’을 두고, 이 팀 소속 매니저들이 선정된 사회이슈에 맞는 엔지오들과 연대와 협력지점을 만들어낸다.

윤 대표는 “향후 공유할 콘텐츠의 스토리 방향, 제품 디자인 방향 설정은 동반자팀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15일 창업 초기단계를 넘어서 본격적인 성장기로 들어선 사회적 기업의 대표격인 김 대표와 윤 대표는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린 신용보증기금이 주최한 ‘체인지 앤 임팩트, 사회적 경제 페스티벌’의 토크쇼에서 머리를 맞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사회적 경제가 지디피(GDP)의 10%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6.5%를 차지하지만, 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4만여개 기업에 37만여명이 종사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그친다. 최근 민간과 정부가 손잡고 만든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은 금융을 통해 이런 사회적 경제의 마중물을 붓고, 성장기에 들어선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나 대기업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요즘 초기 펀딩이 없어서 창업을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회사가 커져서 억단위 투자가 필요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몇년간 창업을 통해 성장기에 들어선 사회적 기업에 대한 시장의 적극적 평가와 투자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기사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44704.html#csidx8dac1298d7ab95583917a54ea254a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