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로컬시장’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지역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게다가 지역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지자체의 고민도 계속되면서 청년인구 유입을 위한 ‘힙한’ 시도도 더해진다. 지역 밀착형 로컬이코노미를 줄여서 ‘로코노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이퍼로컬 앱 ‘치솟는 인기’=하이퍼로컬(Hyper-local)은 사전적 의미로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로컬보다 더 좁은 동네 생활권을 가리킨다.
2015년에 설립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후발주자인데, 철저한 지역 기반 직거래로 중고거래시장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기존의 중고거래는 전국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과 먹튀 등 고질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당근마켓은 GPS 기반으로 이용자가 설정한 위치의 반경 6km 내에서 거래가 되도록 했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으로 지난해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당근이세요?” 거래는 국내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간편송금서비스 ‘당근페이’를 출시했다. 당근마켓 전용페이 사용을 통해 ‘락인 효과(고객 묶어두기, Lock-In Effect)’를 얻기 위해서다. 락인 효과는 ‘고객을 가둔다’는 의미로 ‘자물쇠 효과’ ‘잠금 효과’라고도 부른다. 중고거래 시 당근페이를 이용하면, 별도의 은행·송금 앱 등을 사용할 필요없이 당근채팅에서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판매자도 채팅 화면에서 즉시 송금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계좌번호나 예금주 등 거래당사자 간 개인정보를 주고받지 않아도 된다. 송금수수료는 무료다.
지역 기반 재능거래 플랫폼 ‘긱몬’에서는 이용자가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거래하고 싶은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글을 올리고, 해당 재능을 필요로 하는 구매자에게 재능을 판매할 수 있다. 재능 거래금액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고, 재능거래 완료 후 판매수수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긱몬의 200여개 상세분야를 분석한 결과 ‘그림·드로잉 제작’ 재능이 8.6%로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 그림이나 초상화, 캐리커처, SD캐릭터, 오일파스텔 등 다양한 드로잉 재능이 등록되고 있다. ‘반려동물 산책(6.5%)’, ‘심리상담(3.3%)’, ‘펫시터(2.6%)’도 꾸준히 등록되고 있다. 긱몬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고 알바몬 앱으로 로그인 하거나 알바몬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이용하면 된다. ‘내 동네’ 설정하기를 통해 원하는 지역을 설정할 수 있고 관심목록, 채팅기능 등을 통해 내게 필요한 재능을 손쉽게 찾고 거래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퍼로컬 서비스 시장은 2019년 9730억 달러에서 2027년 약 273% 늘어난 3조634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특색담은 수제맥주 인기=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반경, 생각, 기호까지 바꿔놓았다. 집콕 기간이 늘어나며 홈술·혼술이 주류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다양한 수제맥주 브랜드가 주류시장에 등판했고, 그 중에서도 지역 특색을 담은 맥주가 단연 인기다.
CU는 지역 중소 브루어리와 손잡고 협업을 통해 ‘서울 페일에일’, ‘경기 위트에일’, ‘강원 에일’, ‘충청 세션IPA’, ‘전라 라거’ 등을 출시했다. 또 국내 수제맥주 전문기업인 세븐브로이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곰표 밀맥주 외에도 지역 특색을 담은 ‘강서맥주’, ‘한강맥주’ 등을 선보였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수제맥주 판매량은 1180억원 규모로 2017년 430억원에서 3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역 연계’ 강화하는 대기업=로컬 비즈니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가치 소비’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대기업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지역 연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MZ세대는 가치 소비에 지갑을 여는 세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GS25는 지난해 1월 론칭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인 브레디크를 론칭하며,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상품 출시로 ESG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지역특산품 연계 상품인 의성마늘빵, 무안양파&대파빵을 출시했다. 브레디크 의성마늘빵은 달콤한 치즈크림소스에 100% 의성마늘을 넣어 만들었고, 무안양파&대파빵은 무안양파, 대파, 마늘을 파기름에 볶아내 야채 풍미를 살렸다고 한다. 3가지 치즈가 들어갔다.
SPC그룹은 ESG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논산시와 ‘ESG 행복상생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논산 청년농부들이 키운 딸기품종 ‘비타베리’ 베이커리 제품 최적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판로와 수익 확대 지원을 위해 관련 신제품을 출시했다. 비타베리는 지난 2019년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가 수출용으로 개발한 신품종이며 경도와 향, 당도, 비타민C 함유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비타베리 재배 청년농부들을 신제품 홍보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한편, ‘도레도레 셀로스터스’는 강화도에 위치한 카페로 강화도의 쌀, 강화도산 노란고구마, 사자발쑥, 강화알밤 등을 페어링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MZ세대 저격…촌캉스, 한달 살기=촌스러움이 힙하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22’를 통해 “러스틱 라이프는 날 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한다. 러스틱 라이프는 도시와 단절되는 이도향촌이라기보다 일주일에 5일 정도는 도시에 머무르고, 2~3일은 촌스러움을 삶에 더하는 새로운 지향을 말한다. 과밀한 대도시나 고령화와 공동화로 시름하는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과밀한 도심 보다 혼잡도가 낮은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달 살기’, ‘한옥스테이’, ‘팜크닉(팜+피크닉)’ 등이 인기다. 또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가 심화되며 ‘촌캉스(촌+바캉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아궁이 군불을 때주는 군위의 ‘자연닮은치유농장’, ‘돌판 삼겹살’로 유명한 경상남도 밀양의 달하우스(에어비앤비 숙소), 양은쟁반에 재첩국수가 서빙되는 전라남도 구례군의 ‘섬진강재첩국수’ 등 MZ세대가 SNS에서 소문난 촌캉스를 영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MZ세대의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경상남도는 2020년부터 통영·김해시, 하동·산청·합천군 등 5개 시·군이 참여해 한달 살기를 지원했다. 지난해부터 진주·양산·의령을 제외한 15개 시·군으로 확대했고, 올해는 모든 시·군으로 확대해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최대 숙박비 5만원, 체험료 8만원이 지원된다. 충청남도 보령시도 2022년 보령 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홍보와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보령에서 한달 살기(보령 100SCENE-봄) 참가자를 모집했다. 실제 비용의 50% 범위에서 지원한다. 숙박비는 1팀당 1박에 최대 5만원, 체험비는 1인당 1일 1만원, 식비는 1인당 1일 2만원까지 지원한다. 숙박비, 식비, 체험비 일체를 지원해주고 유튜브·블로그·SNS 후기 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 전라남도 순창시 등도 한달 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자체뿐만이 아니다. 경상남도 남해군에 위치한 카페톨은 자체 예산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남해 한달 살기 지원자를 모집한다. 일주일 중 4일은 카페업무를 하는데, 나머지 3일은 오로지 남해여행을 지원한다(여행경비 80만원). 매주 여행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블로깅하거나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리는 조건이다.
◇지방소멸 우려…다양한 해법 모색=지역불균형이 심화되며 기업에서도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이외 지역에 소재한 기업 513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지역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8.4%가 ‘지방소멸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지역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졌다. 먼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지역경제 혁신성장 이끌 핵심주체(키 플레이어) ‘지역혁신 선도기업’ 54개사를 선정했다. 그 중에서 농업법인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지리산 고지 농가들로부터 친환경 농산물을 매입해 이유식과 가정간편식, 어르신 식품(실버푸드) 등을 생산하며 지역 농가소득에 기여하고, 청년 고용창출, 취약계층 이유식 후원, 지역 인재육성 등 지역과 상생하고 있다. ‘청년농업인의 우수 창업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역 농산물 매입을 통한 지역 상생, 취약계층 후원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비수도권 지역의 경제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군산에서 활약하고 있는 ‘로컬라이즈 군산’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로컬라이즈 군산은 지역창업 활성화 프로젝트로, 군산에 총 23개의 지역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2019년부터 사업이 진행된 3년 동안 창업팀이 일으킨 매출규모 총합은 약 99억원에 달한다. 카페와 셀렉트 숍, 코워킹 스페이스가 한곳에 모인 로컬라이즈 타운은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의 심장이다.
대표적인 로컬 크리에이터로 고군산군도의 맛 좋고 질 좋은 김을 브랜딩한 ‘군산섬김’, 청년공예협동조합 ‘꽃일다’, 군산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관 ‘월명스튜디오’, 군산의 근대역사를 기반으로 ‘로스트’ 게임을 제작한 ‘BeAdventure’ 등이 있다.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는 일자리 부족과 경제적 쇠락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 지역창업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해당 지역에 정착해서 살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SK E&S와 사회연대은행이 참여하고, 언더독스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창업교육 전문기관인 언더독스는 군산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창업을 통해 지역사회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펼쳐갈 예정이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
원문보기 https://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28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