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상래 언더독스 대표

아이템·팀구성·수익모델 가장 어려워
빈손으로도 창업 첫 문턱 넘도록 지원

새 목표는 청년 창업을 통한 지역 활성화
성공해도 떠나지 않도록 ‘정착형’ 교육
커뮤니티 기반 재미 찾게 하는 게 중요

 

초기 창업가는 가진 게 없다.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도, 함께할 팀원도 없다. 사회 혁신에 대한 의지만으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창업교육기관 언더독스는 “일단 도전하라”고 말한다. 2015년을 시작으로 언더독스를 거쳐 간 창업교육생은 지난 3월 기준 전국 1만360명에 이른다. 사회혁신 분야 단일 교육기관으로서는 최대 규모다.

창업가 육성 사업은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언더독스 사옥에서 만난 조상래(38) 대표는 “창업 교육의 목표는 ‘실행’시키는 것”이라며 “전국 지역의 수많은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결국 실행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 실행력 덕분일까. 언더독스의 매출은 창업 이래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 매출 50억원을 넘겼다.

올해 하반기에는 김정헌·조상래 공동 대표 체제에서 조 대표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김정헌 대표는 언더독스의 모회사인 ‘뉴블랙’ 대표로 임팩트투자와 액셀러레이팅을 전담하고, 조 대표는 창업가 교육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언더독스 사옥에서 만난 조상래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창업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면서 "이제는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 각 지역에서 소셜 밸류를 창출하는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언더독스 사옥에서 만난 조상래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창업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면서 “이제는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 각 지역에서 소셜 밸류를 창출하는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지역에 뿌리내릴 청년 창업가 키운다

“창업 교육은 많습니다. 창업가 육성이라기보다 스타트업 육성에 가깝습니다. 사업 아이템이나 팀원, 비즈니스 모델을 이미 마련한 곳을 대상으로 해요. 창업해 보면 압니다. 이 세 가지가 가장 어려운데, 이걸 풀어주는 교육은 거의 없어요. 교육 대상에도 들지 못하는 초기 창업가들이 빈손으로 와도 창업의 첫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언더독스가 연간 운영하는 교육 과정은 40개다. 단기 1박 2일 코스부터 4회 차 교육, 심화 과정인 14주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지원자들은 2030세대가 주를 이룬다. 매 교육 선발 경쟁률은 3~4대1에 이를 만큼 치열하다.

조 대표는 “매년 12월에 시작되는 14주짜리 교육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여 명의 예비 창업가들이 매일 사무실로 나와 팀플레이를 하면서 창업 준비를 한다”면서 “교육 종료 시점엔 90%가량이 팀을 꾸려 창업의 첫 단추를 끼운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배출되는 초기 창업팀은 연간 400~ 500팀이다.

올해는 전국 5개 권역 대학 10곳을 거점으로 교육을 확대한다. 8주 과정으로 학교마다 지역 코치들이 배치돼 현지 청년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기본기를 전수할 계획이다. “전국에 코치 역할을 맡을 현직 창업가들이 30명 정도 있습니다. 직접 창업을 해본 당사자이면서 언더독스 코치라는 지위를 갖고 창업 교육에 나서는 분들이죠. 올해 지역 코치를 100명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 3년 전 지역체류형 창업 교육 ‘로컬라이즈 군산’을 진행하면서였다. 당시 군산에 모인 예비 창업팀 24팀 중 절반은 현지 청년, 나머지 절반은 타지에서 온 청년이었다. 조 대표가 물었다. 왜 군산으로 왔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혼자가 아니라 재미있을 거 같다.” 조 대표가 지역 정착형 창업 교육을 결심한 순간이다.

 

“청년 커뮤니티, 지역 창업 활성화의 핵심”

“일자리만 있으면 청년이 지역에 머물까요? 현장 목소리는 달라요. 지역 기반으로 창업한 청년들이 성공하면 서울로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다고요. 문제의 핵심은 커뮤니티 그룹에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거죠. 재미없으면 일자리 있어도 다 떠납니다.”

조상래 대표는 커뮤니티 기반의 재미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책 영역에서도 청년 창업을 일자리 창출로만 여긴다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창업에서 부(富)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가치 판단을 달리하진 않아요. 다만 교육생을 교육할 때 소셜 밸류에 더 깊게 접근하도록 유도하죠. 이를테면 대전에는 기술 기반 창업팀이 많은데,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고 비즈니스로 연결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어떤 사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목표를 설정하도록 교육하는 거죠.”

조상래 대표도 언더독스 창업 교육생 출신이다. 2015년 언더독스 설립 이후 첫 컴퍼니 빌딩 사례였다. 그는 수자원 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터팜’ 소속으로 1년을 함께 일했고, 이듬해 아예 자리를 옮겨 언더독스에 합류했다. 조 대표는 “당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지역별로 이제 막 생기던 시기였고, 초기 창업가 육성을 위한 교육은 거의 없던 터라 교육의 길을 택했다”면서 “창업가 코칭을 다년간 해오면서 쌓은 노하우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청년 창업을 통한 지역 활성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창업 교육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서울 이외 지역에서 사업자 등록을 한 비율은 65%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평균 일자리는 2.51개가 발생했고, 월평균 매출은 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는 “최근 진행 중인 온라인 코칭 플랫폼 구축으로 교육생에게 적합한 코치를 매칭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지면보기 https://drive.google.com/file/d/1MKwTvJf7HQm9iiq243dfEd9dXKfsTl9c/view

원문보기 https://futurechosun.com/archives/65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