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쓰다, 창업기 40] 문미성 놀담 대표 “아이에게 ‘놀이’를 돌려주세요”

아이들이 ‘놀이’를 잃고 있다. 문미성 놀담 대표는 방과 후 아이들의 시간이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치원이나 학교 일과가 끝난 후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부모들은 안전한 돌봄 서비스를 찾는다. 결국 아이들이 향하는 곳은 학원.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놀았던 경험이 없다. 놀담은 학부모가 놀이 돌봄을 신청하면 내부 심사를 통과한 대학생 시터가 연결되는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다. 서비스 중에서도 일대일 방문놀이 수요가 가장 많다. 지난 2015년 7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고객이 1만3000명까지 늘었다. 놀담과 함께하고 있는 대학생 시터는 2700명이다. 닷페이스나 위클리셔츠에 투자한 윤민창의투자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다. 문 대표는 ‘잘 노는 것’이야말로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놀이의 시간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문 대표를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놀담 사무실에서 만났다.

◇ “워킹맘에게 자란 20대가, 또 다른 워킹맘을 도와준다면”

문 대표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경영에 관심을 가졌다. 경영 수업을 비롯해 친구들과 팀 프로젝트를 구성하기도 했다. 경험을 쌓기 위해 2014년 휴학과 동시에 스타트업에 취직했다. 약 1년간 2개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문 대표는 그때부터 ‘휴학의 악몽’이 시작됐다며 웃었다. 문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느라 졸업을 계속 미루고 있다. 창업가인 동시에, 학생인 셈이다. 돈을 벌면서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 대표의 머릿속을 스쳤다. 2015년 문 대표는 사회적 기업, 즉 소셜벤처 영역에 뛰어들게 됐다.

언더독스 산하 사회적기업과 사관학교에 들어가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여러 사회문제들을 나열하다가 ‘워킹맘’ 이야기가 나왔다. “20대인 우리도 워킹맘에게 자랐고, 우리도 워킹맘이 돼 아이들을 키울 것이다. 워킹맘에 대한 연결고리가 생겼다. 대학생들이 공강시간에 청소를 해주거나, 초보엄마들을 위한 육아용품 배달 서비스를 하자는 사업 아이템들이 나왔다.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도 많이 거론됐다. 그러다 사업모델을 갖고 워킹맘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학생이 왜 집을 청소하냐, 그 시간에 아이와 놀아주는 게 낫다’라는 엄마들의 충고를 들었다. 내 경험이 떠올랐다. 나도 늦둥이 동생과 놀아주며 컸다. 놀이시터라는 개념이 사업화 될 수 있다고 느꼈다.” 당시엔 ‘놀이 돌봄’의 개념이 생소할 때라 생각외로 놀담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고 문 대표는 회상했다. 그러나 난관은 있었다. 대학생 창업팀인 탓에 사업을 냈다는 사실에만 안주한 것이다. 대부분 대학생과 휴학생이었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사활을 걸지 않았단다. 문 대표는 ‘자기자신’에게도 늘 아쉬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과거에도, 지금도 채찍질을 하고 있다.

문미성 놀담 대표를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놀담 사무실에서 만났다. / 사진=노성윤 PD

놀담은 과거엔 신원 검증과 확실한 소속을 확인하기 위해 더 대학생 시터에 초점을 맞췄다. 7월부터는 일반인 시터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돌봄을 가장 많이 신청하는 나이대는 3~4살이다. 3~4살은 처음으로 소통을 알게 되는 나이이자, 가장 활발하게 뛰는 나이다. 힘에 부친 부모들이 놀담을 찾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대부분 팀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다. “대학생 놀이 시터들은 기본적으로 서류심사와 대면심사를 거친다. 안전을 위해서다. 경찰서 허가를 받아 성범죄 등 범죄경력도 확인한다. 인적성 지표 등 2차적 평가도 함께 진행한다. 이후 놀담의 놀이 콘텐츠와 응급상황 발생 대처 교육 2시간을 수료해야 한다. 여성 매니저 3명이 주로 시터들과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다. 세 분 다 경력단절 여성이신데, 사업 초반부터 협력해서 같이 일하고 있다. 어린 운영진들 사이에서 엄마들의 시선으로 많이 가르쳐주신다. 대학생 시터들과 학부모와의 소통을 돕기도 한다.” 문 대표는 직접 놀이 시터를 하며 현장의 온도를 느꼈다. 대학생 시터들이 힘들어하는 부분도 십분 이해가 됐단다. 이제 막 20대가 된 대학생이 아이들의 언어와 행동을 어떻게 알겠는가. 문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보육교사와 함께 놀이 가이드와 콘텐츠를 만들었다. 3개월 전 놀이 콘텐츠 인력도 충원했다.

◇ 놀이 콘텐츠가 놀담의 강점…

‘올해 서울‧경기‧인천‧부산에서 전지역 서비스 확대’ 놀담의 차별점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문 대표는 말했다. 대학생 시터에게도 아이를 대한 방법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일반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완성된, 잠재력 있는 존재로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자기만의 답을 찾게끔 기다리고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놀담이 만든 놀이 콘텐츠는 이런 기조가 바탕에 깔려있다. 대학생 시터와 아이가 함께 놀며 협업, 경쟁, 표현력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한 아이 돌봄 서비스와 결이 다른 이유다. 놀이는 놀담의 무기다. “실제 놀담에 참여한 대학생 시터들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고 한다. 보통 ‘슈퍼맨이돌아왔다’​ 같은 TV프로그램을 생각하는데 아이들과 노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물론 적성에 맞는 시터분들은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좋은 시급을 받으며 아이와 놀 수 있어 좋아하신다. 학부모들은 처음엔 우리 아이와 대학생이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시더라. 놀담 교육을 전수받은 대학생 시터들이 잘 놀아주면 (학부모들은) 기뻐한다. 아무래도 대학생 시터라 일정이 유동적인 것은 아쉬워한다.” 문 대표는 놀담을 소셜벤처이자 젊은 조직으로 정의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도 사회적 문제와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의 연결고리를 찾고 싶어서였다. 문 대표는 사업과 가치의 균형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워킹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업 운영도 잘 이뤄져야 건강하고 젊은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잘 몰라서 하는 소리처럼 여기겠지만 나는 대부분 돌봄 서비스가 엄마에게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근무시간에 아이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집중돼 있다. 정부, 지자체, 기업에서 수많은 돌봄 서비스를 내놓는 시점에서 이제는 ‘아이 중심’ 돌봄을 생각해야 한다. 놀담은 아이 만족 부분에선 자부심이 있다. 아이들은 놀이를 좋아한다. 놀담은 엄마와 아이를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놀담은 올해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은 서울경기권과 인천, 부산에만 서비스가 제공된다. 대학생 시터가 필수로 들어야 했던 대면교육도 온라인 교육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지난 3년동안 쌓았던 자료와 노하우 덕분이다. 장기적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한국식 교육과 비슷한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 중이다. “저를 비롯해 놀담 팀원들이 2018년 사활을 걸었다. 이미 육아 시장에는 경쟁자가 너무 많아졌다. 놀이 돌봄 분야에 눈독들이고 있는 대기업도 많다. 놀담이 돌봄 영역에서는 1인자가 되고 싶다. 돌봄은 눈에 보이기엔 쉽지만 복잡한 문제다. 학부모 입장에선 안심이 되는, 아이들에겐 즐거운 놀이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추억을 주고 싶다.”

출처 : 시사저널e –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http://www.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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