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 중 4분의 1은 50+(오십플러스)다. 오십플러스라는 개념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만 50세부터 64세 중장년층을 이룬다. 이들의 인생에는 다년간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다. 사회생활에서 얻은 경험부터 각종 지식과 기술, 네트워크까지…. 다시 말해 우리나라 ‘경험 자산’ 4분의 1이 이들의 삶 속에 살아서 존재하는 셈이다.
전국에 살고 있는 오십플러스 세대와 그 경험자산. 이들이 쌓아온 가치 있고 매력적인 유무형 경험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필자가 창업한 세컨드투모로우는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오십플러스의 경험 자산을 반짝반짝 빛내는 활동을 전개 중에 있다.
세컨드투모로우는 오십플러스 경험 자산을 콘텐츠화하고 필요한 곳에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로컬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2019년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다(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는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 등이 폐쇄되며 일자리가 줄어가고 청년들이 떠나가는 군산을 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50세 이상 주민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무작정 인사를 건네고 말을 붙였다. 식당에 가서도 말을 걸고, 택시를 타서도 말을 걸고 심지어 군산 토박이 어른을 만나기 위해 새벽 목욕탕을 가기도 했다.
도시 변화를 직접 경험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 군산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훑듯이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닌 매력적이고 도시의 문화적 가치가 충분한 곳으로 느껴졌다. 이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리멤버군산’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만나볼 수 있는 관광지 정보가 아닌 군산 원도심 중 지역 주민의 삶과 역사 그리고 문화가 담겨있는 곳을 도보로 탐방하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리멤버군산의 호스트는 당연히 빛나는 오십플러스 지역 토박이다. ‘로컬 스토리텔러’로 양성해 활동하실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2019년 원도심 도보 탐방 코스 3개를 개발하고, 로컬 스토리텔러 4명이 양성되며 100명 넘는 탐방객이 리멤버군산을 통해 군산을 더 깊이 만나고 가셨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프로그램의 운영이 어려워졌을 때에는 로컬이 추천하는 원도심 74개 스팟 정보로 이뤄진 ‘소소한리멈베군산’ 키트를 셀프 여행객을 대상으로 판매했다. SNS를 통해 지역민이 추천하는 ‘찐추천’ 장소와 상품 소개를 이어나갔다.
올해는 로컬 큐레이션 브랜드 ‘리멤버로컬’을 런칭, 지역 오십플러스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로컬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군산에서는 비가 내린 뒤 군산 내항의 흐린 분위기와 정취가 사람을 차분하게 해준다는 주민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군산그레이 룸스프레이’가 탄생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군산그레이는 지역 주민에게는 군산을 연상하게 하는 향기로 공간을 채울 수 있고 외부인에게는 군산을 추억하는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또 전남 나주 왕곡면에서 60년간 배를 재배해온 과수원과 공동기획한 ‘나주배블 핸드워시’도 11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오랜 세월 배농사 속에 쌓인 경험자산이 세컨드투모로우와 만나는 순간이다. 배 석세포를 활용한 핸드워시인데 배를 씹을 때 느껴지는 아삭한 식감이 바로 ‘석세포’다. 보통 배 원육만 이용해서 식품 가공품으로만 공급되던 배가 천연 연마제 석세포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 제품으로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로컬 오십플러스가 콘텐츠 공급자이자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시도 중이다. 지난 9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50+ 新스틸러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50+ 관심도가 높은 ‘로컬’을 주제로, 로컬 창업과 귀농 귀촌을 통해 멋지게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4명의 50+ 연사를 모시고 진행했다. 로컬 창업, 귀농·귀촌에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정보를 얻기 힘들어 망설였던 50+에게 연사 4명이 로컬 삶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됐다.
로컬은 고령화가 빠르지만 인프라는 부족하다. 그래서 더더욱 경험자산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낳고 새로운 가능성을 낳는다. 여행, 먹거리, 생활용품, 귀농귀촌 등… 로컬에는 오십플러스 세대가 빛날 수 있는 수많은 순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세컨드투모로우의 도전이 창업 환경에서 새로운 시도가 되길 바란다.
글‧박소영 세컨드투모로우 대표
안녕하세요. 50+ 세대의 ‘경험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세컨드투모로우 대표 박소영입니다. 2019년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에 참여, 언더독스의 창업교육을 받으며 로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로컬’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50+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싶어요. 50+가 ‘리멤버로컬’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공급자이자 소비자로 서로 소통하며 공유하는 미래를 꿈꿉니다.
※ 로컬게임체인저는 스타트업레시피와 언더독스가 공동 진행하는 로컬기자단이다. 다양한 지역 창업 생태계의 목소리를 담아 소개한다.
로컬게임체인저
원문보기 https://startuprecipe.co.kr/archives/5686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