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은 여행에서 시작됐다. 호주 브리즈번 외곽, 자그마한 티벳 사원에 머물고 있을 때다. 1년 정도 떠돌이 여행 중이었는데,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후회와 체념이 교차했다. 그런 내 눈에 행복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전세계를 여행하며,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독일인 할아버지, 적당한 밥벌이를 하며 본인들이 믿는 대로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남아공 커플들.

자세히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순 없겠지만, 문득 보람 속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졌고, ‘사회적 기업’이 답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는 한국으로 돌아와 전국의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다녔다. 학벌이나 경험, 돈, 인맥 등도 충분치 않았고 혼자서 될 일도 아니었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험난한 로컬에서의 여정을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지난 창업 입문 단계를 떠올리면, 군대식 점호문화와 책들이 떠오른다. 월세 17만원짜리 원룸에서 아침 기상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1일 1독- 독서의 힘을 강조하며 비즈니스 서적을 격파해 나갔다. 초콜릿3D 프린터, 쉐어하우스, 공유독서실 등에 도전하며 그렇게 8년이 흘렀다.

지난 8년의 수확은 ‘자생력’이었다. 말그대로 초콜릿처럼 시간이 녹아버린 초콜릿 3D프린터 사업을 지나, 자신감과 큰 꿈을 꾸게 해준 쉐어하우스와 공유독서실 등… 위기도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가 번 돈으로 창업을 지속해왔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반면 다양한 창업을 경험하게 된 것은 분명 ‘한계점’이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누구도 이길 것을 기대하지 않는 최약체 스포츠팀 ‘언더독’과 같은 창업가가 이 게임에서 계속 이기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비즈니스가 잘된다 싶으면 벤치마킹이 시장에서 일어나고, 극복을 위해 차별성을 더하려면 추가적인 자본과 인력, 역량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외부 환경과 맞서 싸울 만한 힘을 갖추지 못했었다. 창업팀들이 투자를 받으려는 이유는 이런 환경과 닿아 있을 것이다.

우정을 기반으로 팀이 결성되었다보니 함께 뜻을 모았던 친구들과 만든 팀도 전문성 부족과 비효율성 발생과 같은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기 쉬웠다. 그러나 함께 으쌰으쌰 해왔던 우리팀이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은 창업가로서 바라는 점이 아니다.

8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열정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도 알게 되었고, 안정에 대해서 논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생존을 고민한다. 이런 고민은 막막함을 낳게 된다. 결국은 내가 가진 실행력들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역량을 살린 작은 회사들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으로 성장하고 주체적 삶을 보장하며,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는 구조로 변모하는 것.

그렇게 영세함을 헤쳐 나가기 위해 매달 하나씩 프로젝트를 진행한지 10개월째다. 꽤 많은 실패 속에서 지금까지 잘 버텨주고 있는 사업체는, 고개서동과 부산코딩스쿨을 들 수 있다. 고개서동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서동’ 이라는 동네의 버려진 빈 공간을 활용한 공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이다.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서동부엌, 서동영화, 서동여관 등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1월 이용건수가 7건에 불과했지만, 10월 이용건수가 95건으로 증가하면서, 10개월동안 1328명의 방문객들이 고개서동 프로젝트로 이 동네에 찾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멈춰진 동네의 버려진 공간도 잘 활용한다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는 중이다.

또한, 부산코딩스쿨은 초중고 대상의 교육서비스다. 코딩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언론을 통해 부각되었지만, 전문적인 코딩교육이 수도권에 비해 발달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더 나은 질의 코딩 교육을 위해 부산코딩스쿨을 창업했다. 5월 학습자수가 2명에 불과했지만, 10월 50여명에 이르렀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더미 같고, 매일매일 다양한 문제들로 시름 중이다. 그래도 지난 8년간의 시간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간 창업 분야만 보더라도 오히려 초기 비용을 최소한으로 고려하고, 충분한 고객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작게 시작하여 조금씩 계속 키워 나가는 것. 로컬 창업씬이라는 험난한 환경에서 모두가 자립과 안정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정진할 것이다.

 

글‧송병근 크리플레이 대표

 

현재 주식회사 크리플레이의 대표이며, 부산을 중심으로 공간 창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쉐어하우스 ‘송스빌’과 공유독서실 ‘블루닷라운지’, 공간 업사이클링을 위한 ‘고개서동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며, 언더독스 파트너 코치와 사회적기업연구원 전담멘토로 활동 중입니다. 2025년 1월로 계획된 세계일주에 앞서, 우리의 자립과 생존을 위해 답을 찾아가는 창업가입니다. 20개가 넘는 다양한 공간을 창업해왔으며,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보통의 창업”을 도전 중에 있습니다.

※ 로컬게임체인저는 스타트업레시피와 언더독스가 공동 진행하는 로컬기자단이다. 다양한 지역 창업 생태계의 목소리를 담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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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게임체인저
2015년 ‘좋은 창업가 동료를 발굴하자’라는 취지로 창업교육을 시작했고, 일방향 강의 중심의 창업교육계의 흐름을 실천형 코칭 교육으로 바꿔왔습니다. 그 결과 2022년 현재까지 전국에 1만명이 넘는 창업교육생 ‘언더독스 알럼나이’를 배출했습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혁신’이며, 그 혁신은 ‘창업가’들에 의해서 탄생한다고 믿습니다.

 

원문보기 https://startuprecipe.co.kr/archives/5686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