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보다 지역 창업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역 창업 생태계 이슈가 스타트업 행사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으며, 창업 관련 학회들도 스타트업과 지역 혁신의 관계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중앙 정부 주도의 창업 생태계가 최근에는 지역 수준에서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도시 국가의 유산이 남아있는 유럽의 지방정부들은 경쟁적으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경쟁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연방 정부 정책과는 별개로 주(state)정부들은 세제 혜택과 같은 창업친화적 환경을 제공해 유망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탑 다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창업 생태계에도 실제적인 변화들이 보인다. 중소 도시와 작은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기업 유치에 전력투구하면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동작구청은 성수동 지역 중심으로 소셜 벤처 생태계 육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철공소가 많았던 지역인 서울 문래동은 제조업 중심의 메이커 창업을 돕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창업 생태계 관련 소식도 많아지고 있다.

9월 초 개최된 ‘바운스 2023’(Bounce 2023)은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동남권 지역의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이다. 바운스 2023에서 지역 창업 생태계는 주요 테마였는데, 복수의 세션에서 스타트업 육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여러 지자체의 해법과 사례가 공유되었다. 행사에서 인기가 높았던 또 다른 테마는 일본 창업 생태계였다. 관련한 여러 세션이 있었는데,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방문자들에게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을 일본 진출의 교두보로 인식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라 생각한다.

지역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스타트업 행사로 창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지자체들도 돋보인다. 지난 9월 수원도시재단에서 주관한 수원창업오디션의 결선에는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유난히 많았다. 경기남부지역의 주요 산업들과 연관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수원시의 행사임에도 지원자들의 지역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사를 주관한 수원도시재단 창업지원센터 이영인 이사장은 이에 대한 배경으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를 발굴하고 지역으로 유치시켜 지역 창업 생태계 및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동시에 지역 청년들이 참여하는 청년부 창업오디션을 함께 진행해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장기적으로도 바라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립적인 창업 생태계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는 외부 전문 집단과의 협업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전라북도 군산과 창업 교육 기업 언더독스(Underdogs)가 함께 한 로컬라이즈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이다. 군산은 기계제조업이나 IT 관련 자원은 비교적 희소하지만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지역이다. 이런 특징들을 반영해 군산에서는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신생 스타트업들이 육성되었고, 나아가 지역 재생 사업의 일부로 이어졌다.

앞서 소개한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사례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보인다.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외부 자원 유입 및 유치에도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선결 조건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선결 조건은 “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 관련 활동들의 통합”인데, 이는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 및 강화하는 행동이다. 둘째는 “지역 생태계가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지역 생태계 구축의 고착화를 염려하는 조언인데, 외부 자원을 적극적으로 유치 및 투입해서 생태계는 언제든지 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의 해결책은 지역의 정체성과 외부의 다양성 조합이다.

지방 소멸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지역에 스타트업을 육성하면 여러 장점이 있다. 스타트업을 연결점으로 해서 지역 관계기관들, 예를 들어 지역 대학이나 토착 기업간 협업과 연계사업의 기회는 많아진다. 그리고 외부 자원들과 젊은 인재를 내부로 유입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을 마련할 수 있다. 중앙 정부나 상급 기관의 간섭 없이 지방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들이기에 빠른 실행과 즉각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 창업 생태계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민관 영역의 지원도 많아지고 있다. 창업재단인 디캠프는 지난 몇 년간 주기적으로 지역 창업 생태계에서 행사를 유치하는 등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비수도권 거점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들도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었던 자원을 지역으로 열심히 유치하고 교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는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곧 여러 곳에서 성공적인 지역 창업 생태계들이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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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30925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