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대한민국 소셜섹터의 흐름을 주도할 10가지 키워드

한국 소셜섹터에 예전과 다른 기류들이 감지되고 있다.

성과보다는 관계를, 확장 대신 깊이를, 기술이 아닌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는 관점이 뚜렷해지고 있다.

더버터가 NGO·재단·투자사·스타트업 등 소셜섹터 리더 50인을 대상으로 ‘2026년 소셜섹터 키워드 10’ 선정을 위한 자문을 진행한 결과,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회복’과 ‘연대’였다.

글로벌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소셜섹터 내부의 자각, 자신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버터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후회복력사회(Climate-Resilient Society) ▶︎장수불평등(Longevity Gap) ▶︎AI 네이티브 임팩트(AI-Native Impact) ▶︎뉴 글로컬(New Glocal) ▶︎K-임팩트(K-Impact) ▶︎미래세대 마음건강(Next Gen Mental Health) ▶︎로컬 머니(Local Money) ▶︎가상자산기부(Crypto Donation) ▶︎사회연대경제(Social Solidarity Economy) ▶︎기반조성기부(Capacity-Building Philanthropy) 등 2026년 대한민국 소셜섹터의 흐름을 주도할 10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01.

기후회복력사회(Climate-Resilient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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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경북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뒷산에 민가를 삼키려는 화마처럼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막아야 할 미래’에서 ‘적응해야 할 현재’가 됐다.

폭염·홍수·산불 같은 기후재난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고, 피해는 늘 취약한 지역과 계층에 집중된다.

기후회복력사회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과 전환을 이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회를 의미한다.

기후회복력사회의 핵심은 피해에 대한 원상복구에 그치지 않고 재난 이전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에 있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단순히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넘어 재난을 견뎌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적응해 나가는 사회적 근육을 뜻한다\”며 \”복합재난 시대, 긴급 구호를 넘어 사회 전반의 회복탄력성 강화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기후회복력사회를 국가 운영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국가 기후 회복력 프레임워크(National Climate Resilience Framework)’를 수립하고 경제·사회·생태계의 적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6대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기후회복력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최창남 기아대책 회장은 \”NGO 섹터에서 기후대응은 단순한 환경 분야가 아니라 아동·식량·이주·보건 등 모든 취약계층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변화하는 기후환경에서도 공동체가 적응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더버터가 지난해 9월 ‘기후재난’을 주제로 개최한 ‘제3회 넥스트CSR포럼’에서는 재난구호 전문 NGO, 학계, 자원봉사 현장 관계자들이 모여 조기경보와 예방, 취약계층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 일상과 공동체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중장기 지원 구조에 대한 필요성을 공유했다.

재난시대, 기업 사회공헌이 ‘예방과 회복’ 중심의 구조적 개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도 포럼에서 확인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산불방재청(RFS) 사례를 참고해 자원봉사 기반 재난 대응 인프라와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설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주거·물류·기술 역량을 결합해 긴급구호부터 주거 회복, 소방관 회복 지원까지 아우르는 통합 대응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02.

장수불평등(Longevity 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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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샤피로 CAPS 대표와 1부 아시아세션 연사들이 참여한 패널토론. 왼쪽부터 장희수 CAPS 어드바이저, 샤피로 대표, 톈 콴콴 CAJ시니어케어 상임이사, 아이린 소 저샨재단 상임이사, 러이라타나 랑싯폴 치와밋 대표. 이경호 기자

지속가능한 장수사회(Longevity, 론제비티)를 디자인하기 위한 도전들이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버터가 주최한 ‘2025 아시아 론제비티 포럼(ALF)’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전문가들이 모여 장수사회를 위한 아시아의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길어진 삶’이 비극이 아닌 환희가 되게 하려면 우리 사회에 어떤 장치들이 필요할 것인가를 두고 공공, 비영리, 민간기업이 함께 다양한 의견과 사례를 공유했다.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장수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소득’이 아닌 ‘고립’을 꼽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관계・역할・접점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사회적 안전망에서 점차 이탈하게 되면서 건강, 수명, 삶의 질 등에 격차가 생기는 것을 장수불평등이라고 한다.

주목할 점은 장수불평등이 ‘노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진 문제라는 것이다.

은퇴 이후 관계가 급격히 줄어든 중장년층은 물론 1인 가구, 청년층 등 다양한 세대의 고립이 장기적으로 누적되면서 장수불평등을 심화하는 모양새다.

장수불평등의 핵심이 고립이라면 해법은 달라져야 한다.

사회적 연결과 역할을 회복하는 ‘관계기반 돌봄이 필요하다.

관계기반 돌봄이란 ‘사회적 관계’를 통해 고립을 예방하고 삶의 존엄을 지키는 접근이다.

돌봄을 단순한 서비스로 보지 않고 사람・세대・지역・시스템의 관계망 안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재정의하는 개념이다.

신혜영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1인 노인가구 증가하면서 고독사 등 고립과 단절로 인한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장수사회의 연결을 만들기 위한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소셜섹터에서는 장수사회의 고립과 연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소셜섹터를 중심으로 노년의 존엄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문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바라보면서 장수사회 이슈들을 직면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광열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장수사회에서 비영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면서 “비영리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