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개 국 200만 명의 필수품 Rootd, “혼자서도 유니콘이 될 수 있어요”

(이미지 출처=Rootd 앱스토어)

 

2020년대 들어 급격하게 성장 중인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정신건강(Mental Health) 분야인데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캄(Calm), 헤드스페이스(HeadSpace)처럼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이 되는 경우가 증가 중입니다. 올해 7월 기준, 이 분야에 투자된 자금 규모는 5억 달러에 달하죠. 세계 최대 리서치 기업 중 하나인 입소스(Ipsos)는 올해 헬스 서비스 리포트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리포트 작성을 시작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은 정신적 건강함을 훨씬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Z세대 여성의 55%가 이 문제를 가장 우려되는 건강 이슈로 꼽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_Ipsos Health Service Report 2024에서

 

Rootd는 이런 흐름을 타고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 중 하나입니다. 2017년 론칭해 작년 기준 150여개 국가에서 200만 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했습니다. 앱스토어 정신건강 카테고리에서도 TOP3에 들었는데요. 주목할 점은 이런 성과들이 외부 투자도, 직원 고용도 없이 이룬 성과라는 것입니다. 치열한 스타트업 시장에서 Rootd는 어떻게 ‘나 홀로 로켓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요?

 

 

💡인사이트 요약

  1. 개인적인 불편함이나 단점도 블루오션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2. 나만의 특화 포인트가 명확할수록 경쟁하지 않고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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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정의] ‘지금 당장 필요한’ 솔루션이 없어서 제가 만들었어요

 

Rootd를 창업한 아니아 위소카(Ania Wysocka)는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언젠가 UN에서 일할 날을 꿈꾸며 국제관계를 전공하고 있었죠. 불안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적인 문제는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마지막 해에 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겪으며, 아니아는 처음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호흡이 가빠지고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뛰는 증상도 힘들었지만, 아니아를 더 괴롭게 한 건 당장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을 받으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고, 상담 비용도 비쌌어요. 증상을 가라앉혀줄 약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당시 학자금 대출로 생활했던 아니아는 당시 ‘완전히 길을 잃은 것 같았다’고 합니다.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휴대폰이었어요. 하지만 도움이 될 앱은 없었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디자인이 불친절하거나 콘텐츠가 제한적이었죠.

상담 같은 것들은 저에게는 너무 비쌌고요.”

_아니아 위소카, Authority Magazine 인터뷰에서, 2020.1

 

 

다른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정신건강 관련 앱은 명상이나 수면 유도, 스트레스 해소 등 웰니스(wellness)에 집중돼 있었어요. 아니아에게 필요한 도움을 바로 제공할 수 없었죠. 이런 문제에 대해 물어볼 곳도 마땅히 없었습니다. 

아니아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스스로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폭풍 같은 불안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뿌리(root)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Rootd라는 이름을 지었죠.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임상 연구 보고서와 전문가들의 자료를 읽는 게 저한테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걸 보다 매력적이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거기서 Rootd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_아니아 위소카, Authority Magazine 인터뷰에서, 2020.1

 

 

 

 

[새로운 관점] 저에게 필요한 게 고객에게도 필요하다고 믿었어요

 

아니아는 Rootd를 만들 때 ‘공황 증상에 바로 도움이 된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초기 앱은 종이에 일러스트와 와이어프레임을 그려 기획했고, 포토샵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죠. 이후 교내 게시판에 Rootd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글을 올려 학생 개발자도 구했습니다. 이후 세계 정신 건강의 날에 맞춰,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첫 버전을 출시했어요. 

현재 버전과 비교하면 기능도 적고 어설픈 면도 있었지만, 공황 증상을 곧바로 완화해 주는 기능은 확실히 넣었습니다. 언제든지 화면의 빨간 버튼을 누르면 차분한 목소리가 ‘지금 겪는 증상은 일시적이에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요’라는 안내를 해 주죠. 출시 직후부터 ‘빨간 버튼 덕분에 살았다’는 리뷰들이 달리며 Rootd는 빠르게 주목받았습니다. 

 

아니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 피드백을 매일 살피며 기능을 확장했어요.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넘어, 장기적으로 공황장애를 관리할 수 있는 ‘건강 동반자’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했죠. 모든 콘텐츠에 대해 임상 승인을 받아 신뢰성도 확보했고요.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Rootd는 아래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됐어요.

 

  • Lessons: 불안과 공황장애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자료, 아티클 등을 제공
  • Breathr: 마음을 가라앉히는 심호흡 가이드
  • Journal: 매일 그날의 기분과 달성한 일, 음성 메모 등을 기록하는 일기장
  • Sleepr: 차분한 음악과 내레이션으로 수면 유도
  • Visualizr: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바디 스캔(body scan)’ 명상 도우미

 

직관적이고 친절한 것도 Rootd의 장점입니다. Rootd 앱에는 청록색의 귀여운 캐릭터가 항상 등장하는데요. 이 캐릭터는 아니아가 기획 초기 불안함을 형상화한 ‘론(Ron)’입니다. 지금은 Rootd라는 브랜드 전체의 마스코트가 됐죠. 론은 아기자기한 표정과 몸동작으로 불안함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고, 부담 없이 Rootd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메뉴 등에 쓰이는 단어도 일상용어 위주로 작성했고요.

 

이처럼 아니아는 자신이 겪은 문제를 꼼꼼하게 분석해 서비스에 적용했습니다. 덕분에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Rootd는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었어요. ‘오늘의 앱’과 ‘개발자 스포트라이트’에 100번 이상 소개됐고, 타임(Time Magazine)이나 우먼즈 헬스(Women’s Health) 같은 대형 미디어에서도 Rootd를 주목했죠. 

 

 

 

[차별화] 해결하려는 문제가 확실하면, ‘직접’ 깊게 파고드세요

 

Rootd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성장 방식입니다. 200만 고객을 확보할 때까지, 아니아 혼자서 앱의 모든 걸 담당했거든요.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도 도움이 됐지만, 아니아는 두 가지 원칙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1. 내가 해결하려고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
    아니아가 Rootd로 해결하려고 했던 시장의 문제는 ‘공황장애 상황에서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아니아는 론칭 초기부터 앱 스토어 검색 결과 최적화를 매우 신경 썼어요. ‘공황장애’를 검색하면 무조건 Rootd가 가장 먼저 보이도록 키워드, 스크린샷, 평점과 리뷰, 안정성 등을 관리했죠. 
  2. 계획을 자세하게 세우기보다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것.
    Rootd는 지금도 개발팀이 따로 없습니다. 비개발자인 아니아가 직접 앱을 운영하고 관리하죠. 사업 초반부터 지금까지 프리랜서 개발자들과 계약해서 일하고 있는데요. 아니아는 이렇게 개발팀을 꾸리고 협업하기 위해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고민할 시간, 비용을 크게 아꼈다고 말합니다. 유료 구독을 도입할 때도 비용이나 효율 등을 따지는 대신, 유료 플랜 안내 팝업을 띄워서 테스트했죠. 시행착오 끝에 앱 설치 직후 팝업을 보여주는 방식에 정착했고, 매출도 5배 이상 올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Rootd는 기업과 조직 등을 위한 마음 관리 솔루션으로 확장을 준비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1천만 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해, 더 많은 사람들의 불안 관리 도우미가 되는 게 목표죠. Rootd는 대규모 팀과 투자 없이도, 제공하려는 가치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실행+피드백의 반복이 있다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Rootd에게서 배우는 [액션 노하우]
  • 개인적인 경험을 그냥 넘기지 않고 기회로 바라봤습니다.
    • 캐나다 유학생이던 아니아 위소카는 공황장애를 겪으며 자신같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공황증상에 도움이 되는 앱’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 공황장애 관련 자료나 상담 등이 불친절하고 어려웠다는 기억도 제품에 반영했어요. 귀여운 마스코트,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누구나 자신의 증상과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게 도왔죠.
  • 시장에서 명확하게 돋보일 수 있는 지점에 집중했습니다.
    • 아니아는 Rootd 창업 후 앱 스토어 검색어 최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를 통해 ‘공황장애(panic attack)’을 검색하면 Rootd가 가장 먼저 보이도록 만들었어요.
    • 기능을 확장할 때도 ‘공황장애의 이해와 완화’라는 주제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기존 대형 웰니스 앱들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가치를 제안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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