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언더독스)
UN 해비타트가 발행한 ‘세계 도시 보고서(World City Report)’에서는 도시 문제의 주요 주제로 도시 집중화 현상과 인구감소, 지역 경제 악화로 인한 지역 간의 격차, 지역 주민 이주 현상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의 해결책으로 독립적 순환 경제체제를 위한 인프라 개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산업 육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경쟁력 모색을 제시한다.
지난 아티클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지역 활성화 솔루션을 살펴보았다. 이어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청년 창업이 지역소멸 문제의 해결책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언더독스의 관점과 나름의 답변을 드려보고자 한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글로벌 프로젝트의 인사이트를 모아 언더독스가 추진한 지역 청년창업 프로젝트 ‘로컬라이즈 군산’ 사례 또한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1.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
스페인은 전통과 역사를 가진 시장의 공간 인프라 개선이 시작이었으며, 프랑스의 15분 도시 또한 혼잡한 교통 문제에 대한 접근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은 국내외 어디에서든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럽의 두 개의 프로젝트와 일본 마츠다 국제과학예술페스티벌은 지역 주민을 포함한 지역의 핵심 관계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구조 아래 프로젝트의 결과가 그들에게 직접적인 수혜로 돌아가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
새로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은 화려한 공간과 인프라일 수 있지만,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그 공간을 통해 경험하는 문화와 콘텐츠이다. 그리고, 그 두 가지는 공간과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즉 커뮤니티를 통해 만들어지고 지속될 수 있다. SK E&S와 언더독스가 함께 진행한 로컬라이즈 군산 또한 전국에서 불러모은 창업가들이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물리적, 심리적으로 지역에 정착하여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 탄생한 프로젝트였다.
2. 스타트업과 지역에서의 창업
2015년 7명의 예비 창업가를 대상으로 시작했던 언더독스의 창업교육이 어느덧 9년의 시간을 쌓아오면서 1만 명이 넘는 창업가를 배출한 업계를 대표하는 창업가 육성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던 교육이 전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고,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로컬 창업가를 육성하는 프로젝트가 언더독스 창업교육 중 하나의 핵심 영역이 되었다.
특히 최근, 지역소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정부 기관과 지자체, 기업까지 지역 창업가 육성을 통해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층을 유입시킬 수 있는 문화 개발과 혁신을 목표로 하는 다수의 협력 요청이 오고 있다. 지역소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창업가 육성이 하나의 주요한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언더독스가 문제해결 기반의 창업교육을 하며 느낀 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회혁신 창업가가 가져야 하는 역량과 관점(또는 기업가정신)은 유니콘을 꿈꾸는 테헤란로나 판교의 스타트업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언더독스는 이러한 창업가의 특성을 새로운 모델로 정의해보았다.
3. 퍼실리테이터형 창업가
팀의 성장을 위해 기본적인 비즈니스 역량과 창업가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점은 모든 창업 과정에서 동일하게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로컬창업은 일반적인 스타트업(또는 소셜벤처나 사회혁신 창업)과 달리 지역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상황 등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더 많다. 창업팀의 개별 성과만을 지향하는 방식으로는 기초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인정받는 창업팀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로컬 창업가는 지역의 혁신과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며 커뮤니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거점을 두고 있는 거리와 상권이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기획역량,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까지 긴 호흡을 유지하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언더독스는 그러한 역량을 갖춘 창업가를 ‘지역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공동체와 연대하여 지역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창업가’ 라는 뜻의 퍼실리테이터형 창업가로 정의하고 있다.
4. 창업가 중심의 지역 커뮤니티의 중요성
로컬 창업가를 통해 해당 지역은 방문하고 싶은 매력적인 곳으로 얼마든지 탈바꿈할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활력을 되찾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초가 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루함이 가득한 오래된 거리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별 것 아닌 서비스 하나에 지역 주민은 옆 동네까지 먼 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생긴다. 지역에서 이러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곧 지역혁신의 기초가 된다. 도심 지역 대비 시장 규모가 작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함께 변화를 꿈꾸며 만들어가는 여정을 함께 할 동료, 즉 커뮤니티가 가장 필요하다. 그리고 커뮤니티에는 창업가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 지역 내 다양한 기관은 물론이고 외부로부터 새로운 자원과 전문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수많은 조력자를 필요로 한다.
지역마다 특유의 역사와 문화, 다양한 형태의 자산이 존재한다는 것은 로컬창업 관점에서 여전히 새롭게 해석되고 발굴될 수 있는 보석과 같은 가능성이 전국 곳곳에 널려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감소와 청년층의 이탈로 동네가 사라지는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역이 많다. 언더독스는 지역 변화를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창업가가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모델을 발굴하는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5.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
2018년 4월 전라북도 군산은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군산은 당시 대기업 제조 공장 폐쇄로 공장 근로자, 협력 업체 등을 포함해 단기간에 13,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SK E&S는 지사가 있는 지역에서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계획하고 있었고, 언더독스와 함께 군산의 청년창업 활성화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초를 마련하는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는 새로운 활력이 필요한 원도심에서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발굴하고 재해석하는 청년 창업가 커뮤니티 기반 지역혁신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지역에서 청년들이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친구가 되어주고,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Work-Stay-Play-Learn’이라는 4가지 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커뮤니티형 청년 창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더불어, ①창업가들이 지역에 정주하며 ②지역에 대해 학습하고 ③창업 아이템을 발굴하여 ④실제 고객을 기반으로 검증하는 언더독스의 4단계 창업 방법론도 병행했다. 그 결과, 군산과 인근 지역, 서울 및 전국에서 모여든 60여 명의 청년 창업가들은 각자가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서로 협력하며 하나의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는 청년 창업가를 통해 군산 영화동, 월명동, 개복동 등의 지역이 활기를 되찾아 새로운 성장 동력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3년간 SK E&S의 지원을 통해 군산 영화동을 소재지로 활동하는 군산 및 인근 지역 포함 전국 26개의 창업팀이 군산을 사업의 주 무대로 성장했다. 언더독스가 조성한 로컬라이즈 라운지를 포함하여 창업가들을 통해 29개의 공간이 조성되었으며, 첫해 시작한 로컬라이즈 페스티벌은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SK E&S의 지속적인 후원과 창업가를 비롯한 주민들의 협업으로 매년 1천 명 이상의 젊은 층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지역의 축제가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는 로컬라이즈 군산이라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에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함께 울고, 웃고, 대화하고, 노는 재미도 필요하다. 군산의 창업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동료이자 친구로서 재미가 되었고, 창업 아이템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성과 자체가 재미난 놀거리가 되었다. 군산의 주민이 되어 먹고, 자고 함께 생활하며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 동네 주민과 지역의 청년들과도 관계를 쌓는 등 끊임없이 지역을 탐구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갔다.
군산 지사 설립을 위해 파견 간 언더독스 구성원을 포함하여 타지에서 군산으로 새롭게 유입된 인원의 50%이상이 군산시민이 되었다. 일자리가 없고 동네에서 살아가는 재미가 없어서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서 청년 창업가들은 일자리로와 살아가는 재미 모두를 만들었다.
(이미지 출처=군산섬김)
군산에서 나는 김으로 군산을 섬기는 ‘군산섬김’,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체류형 동네를 만들기 위한 전통주 커뮤니티 ‘주인’, 적산가옥 · 군산의 역사를 살리고 디자인한 ‘소셜여행’ 등 청년 스타트업이 군산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렇게 하나의 커뮤니티로 똘똘 뭉친 총 26개 팀, 70여 명의 로컬 창업가들이 3년 간(19’-22’) 창출해낸 매출은 총 109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