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16일 양일간 일본 도쿄에서 ‘스시테크 2024’(SusHi Tech Tokyo 2024) 행사가 열렸습니다. 해당 행사에서 언더독스는 한국의 창업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알렸는데요.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일본 창업 생태계에 대해 이번 글에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스시테크 2024는 도쿄도가 개최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컨퍼런스입니다. 올해 전 세계 48개국 429개 업체가 참여해 그 열기를 더했습니다. 행사 명칭에 들어가는 “스시”(SusHi)는 ‘지속 가능한 첨단 도시 도쿄’(Sustainable High City Tokyo)의 줄임말이죠.
행사 현장에서 언더독스는 글로벌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한국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서 한국의 창업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부스를 세우고 소개를 이어갔습니다. 일본 업계 관계자 뿐 아니라 중국, 미국, 싱가포르, 유럽 각 국가 등 다양한 해외 기업 관계자들이 부스를 방문했습니다.
‘정부 주도 창업 지원’ 생태계의 서막
스시테크 도쿄 2024에 방문하기 전에 언더독스만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일본 내에서 이제 막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 생태계가 확산되고 있다는 가설 하에 초창기부터 창업 교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그 첫 걸음으로 스시테크 2024는 손색이 없었습니다.
기존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가 주도하던 일본 창업 생태계는 본격적으로 정부 지원을 디딤돌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내놓은 이래 점진적으로 일본 내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10만 개 스타트업을 육성해 2027년까지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10조 엔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은 새로운 시장의 서막을 뜻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마치 10년 전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닮았습니다. 10년 전 저희 또한 창업의 꿈을 꾸며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는데요. 당시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하나둘 생겼습니다. 그 기회를 발판 삼아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었죠. 투자 목적의 창업 지원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창업 지원으로 생태계 저변이 확장하면서 창업 교육, 보육 투자 등 새로운 시장과 사업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첫 삽을 뜬 언더독스 또한 창업 생태계의 부흥기에 발맞춰 창업가를 양성하는 교육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스시테크 2024에서 그때의 기시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창업 생태계 또한 확장의 초입에 서있다는 걸 체감했고, 한국 스타트업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생기리라 예감했습니다.
(참고 : [EO플래닛] 언더독스 창업기)
‘캄브리아기 대폭발’ 준비하는 사람들
일본 창업 생태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면서 일본 곳곳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시테크 2024에서도 다양한 일본 경영대학이 참여해 이 같은 기류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현지 기업의 사회공헌 부서도 이번 행사에 참석해 벤처와의 협업을 모색하는 오픈이노베이션과 ESG*를 위한 창업 교육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ESG :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약자로,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3가지 핵심 요소를 일컫는다.
이제 막 생태계 활성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는 아직 그 생태계가 과도기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제반 사항이 부재하고, 그걸 제공할 수 있는 플레이어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특히나 청년 세대에 창업 DNA를 깨우기 위해 일본 지자체와 대학이 솔루션을 찾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타이밍입니다.
스시테크 행사 현장에서 만난 일본 대학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창업가 육성을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창업 관련 예산을 배정해 창업 지원에 나선 반면, 현장에서는 아직 창업 자체에 대한 전문 교육이 부재하다는 겁니다. 아직 창업을 낯설게 여기는 일본 젊은 층을 위해 창업에 대한 교육과 인식 제고가 절실한데,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는 과도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대학생들도 비슷한 답변을 했습니다. 창업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사업을 시작할지 모른다, 막연해서 두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반응이었죠.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일본 내에서 청년 창업은 회사 근무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기술 창업으로 대표됩니다. 일본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창업의 다양성이 요구되고, 이를 위한 창업 교육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글로벌 시장 품는 일본, 한국 창업 생태계는?
이번 스시테크 도쿄 2024에서 눈에 띄는 반전은 ‘모두 영어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보통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일본어를 숙달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물론 일본어 커뮤니케이션이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행사에서는 일본, 한국,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영어로 소통하며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해외 기업과 일본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해외 기업 모두 참여해 활발하게 네트워킹을 했습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가가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도 정부 차원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들이 지원하는 현지 팀들이 스시테크 행사장에 부스를 차리고 홍보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단연코 한국 지자체나 기업이 많았습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컨퍼런스를 통해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일본의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행사 대행사 등 다양한 일본 업체들이 한국 기업 부스를 방문해 이들의 일본 진출을 돕고자 미팅을 요청했고요. 한국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들어봤을 때, 2가지 사항을 알 수 있었습니다.
1.이제 막 해외 스타트업에 문을 열고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 시점이라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2.과거에 비해 보다 다양한 창업 지원사업이 한국, 일본 모두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어 스타트업이 참여할 여지가 있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글로벌 스타트업을 품어 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일본의 전방위적인 변화가 한국 창업 생태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더독스 또한 창업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 나아가 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 일본 내에서 빠르게 가치를 증명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일본의 창업 생태계와 글로벌화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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