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사 ‘포브스(Forbes)’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니콘 스타트업의 55%는 이민자가 세웠다고 합니다. (출처: 55% Of America’s Billion-Dollar Startups Have An Immigrant Founder (forbes.com))
최근 한국 정부에서도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 발표를 통해 현재 내국인 중심의 한국 창업 생태계의 빗장을 열어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요. 정부 지원 대상자의 기준을 내국인 한정에서 해외에서 창업하는 한국인, 한국에서 창업하는 외국인 포함으로 완화하거나 외국인 창업 관련 제도를 개정하고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 조성, ‘글로벌 팁스(TIPS) 프로그램’ 신설 등 내용이 골자입니다.
한편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의 노력도 주목할 만합니다. 민간에서 ‘외국인 창업가가 겪는 문제’를 7년 넘게 해결하고 있는 “국경 무관, 국적 무관” 국내 최대 글로벌 창업가 커뮤니티 ‘서울스타트업즈(SeoulStartups)’의 마르타(Marta Allina)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외국인 창업가가 겪는 정보 격차를 연결로써 해결하는 ‘서울스타트업즈’
1. ‘서울스타트업즈’는 어떤 커뮤니티인가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서울스타트업즈는 2017년 4월 설립되어 현재 약 5.1천 명 가량의 한국 체류 중인 내국인, 외국인 창업가들이 교류하는 커뮤니티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스타트업 커뮤니티 중 최대 규모입니다.
서울스타트업즈를 시작할 당시 저는 한국에서 엑셀러레이터로 일하면서 외국인 창업가 대상으로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외국인 창업가 분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한국에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리소스나 네트워크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었죠.
다른 엑셀러레이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외국인 창업가들이 한국에서 겪는 정보 격차 문제가 소수만이 겪는 개인적인 경험이 아닌 대다수가 겪곤 하는 보편적인 문제임을 알게 되었어요.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국 내 비즈니스를 희망하는 내국인/외국인 창업가들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죠.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인 ‘슬랙(Slack)’ 채널을 만들면서 서울스타트업즈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창업가들에게 상호 교류와 연결이 왜 중요한가요?
한국인 창업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타국에서 창업하려는 외국인 창업가에겐 더더욱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나가기 힘들고, 많이 막막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요.
이럴 때 옆에 있는 선배 창업가들이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 창업가들과 함께 있으면 서로의 노하우와 지식을 공유하면서 현재 문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만한 힌트를 얻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줄 수도 있고, 서로가 도움이 되는 행사를 주선해 줄 수도 있어요. 이렇게 소통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도 있고요. 결국, 이런 교류와 연결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초기 창업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서울스타트업즈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진행하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슬랙(Slack)’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약 5.1천 명 가량의 멤버가 활동 중으로 채널 안에서 자유롭게 창업 정보나 관련 행사, 지원 프로그램/사업 등을 공유하고 있죠.
멤버들이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고 있어요. 매달 커피숍에 모여 캐주얼하게 네트워킹할 수 있는 ‘CommuniTea’ 와 이른 아침에 모여 토크 콘서트와 식사를 같이 하는 ‘Seoul Startups Breakfast’ 라는 정기적인 개더링이 있고요. 가장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으로 ‘Founder’s Live’ 라는 라이브 피칭 배틀 프로그램도 있어요.
4. ‘Founder’s Live’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Founder’s Live’는 2016년에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에요. 전 세계 60개 이상의 대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글로벌 피칭 배틀 겸 창업가 네트워킹 행사죠. Founder’s Live에서는 참가 스타트업들이 99초 동안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피칭하고, 청중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가려요.
‘Founder’s Live’에 참가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글로벌 스타트업 및 투자자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요. 각 도시에서 1등을 차지한 팀은 연말에 열리는 ‘Founders Live Prime Time’ 글로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요.
서울에서 열리는 ‘Founder’s Live’ 피칭 참가자는 국내외 스타트업 5개 팀으로, 창업한 지 7년 이내의 창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어요. 선발 기준은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고요.
‘Founders Live’를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널리 알릴 수 있고,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얻을 수 있죠.
창업 교육 기관과 창업가 커뮤니티가 공동 협력 관계를 구축한 이유는?
5. 이번에 창업 교육 전문 기관 ‘언더독스’와 MOU를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울스타트업즈를 시작하기 전, 엑셀러레이터로 일할 때부터 언더독스를 알고 있었어요. 한국 스타트업 씬에서 워낙 유명하거든요. 서로 간 신뢰를 쌓아가다, 최근 들어서 한국 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서로 간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관련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고 이번 MOU까지 체결하게 되었네요.
6. 언더독스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이번 업무 협약을 바탕으로 언더독스와의 공동 협력 체계를 확립해 한국을 무대로 창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대상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 커뮤니티 행사 등을 진행하려고 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언더독스의 오리지널 창업 방법론 등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서울스타트업스 멤버들이 성숙한 창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특히 이번 달에 열리는 ‘Founder’s Live’를 언더독스와 함께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창업가 비중이 훨씬 많았던 행사였지만 이번에는 한국인 창업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한국인 창업가들과 외국인 창업가들이 보다 잘 어우러지는 행사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외국인 친화적인 한국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싶어요.”
7. 최근 정부 차원에서 한국을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어요. 외국인 창업가들과 가장 가까이 계신 분으로써,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개선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 개선이 더 필요한 부분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외국인 창업가들에 대한 필수 조건을 조금 완화해서, 심리적 허들을 낮춰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펼치고 싶은 외국 기업들은 반드시 한국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이 경우 세금이나 직원 고용, 4대 보험 가입 의무 등에 대한 부담을 외국인 창업가 입장에서는 크게 느낀답니다.
8. 그럼에도, 외국인 창업가에게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 시장이 마냥 쉽지는 않겠지만, 잘 자리잡으면 외국인 창업가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으로의 비즈니스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외국인 창업가에게 한국 시장은 자신의 비즈니스가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어요.
한국은 타 아시아 국가들보다 기술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신기술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편이에요. 많은 외국인 창업가들이 자신의 기술이나 제품을 한국에서 성공시킬 수 있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죠. 비교적 면적이 크지 않고 인구수가 적어서 테스트를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9. 앞으로 서울스타트업즈는 글로벌 창업가 커뮤니티로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인가요?
지금 한국에 있는 창업가 커뮤니티는 외국인 창업가 입장에서는 다소 폐쇄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스타트업즈는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연결될 수 있는 ‘오픈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어요.
현재는 네트워킹, 개더링과 피칭 배틀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창업 교육이나 창업 해커톤 등 조금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요. 이를 통해 외국인 창업가가 한국 내에서 창업하기에 수월한 환경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한국이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도약할 수 있게끔 기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