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빵’하면 떠오르는 지역은 단연 대전일 겁니다. 이제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성심당이 있기 때문이죠. 성심당은 대전 대표 브랜드가 되면서 로컬 경제 활성화, 고유한 현지 문화 형성에까지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로지 대전에서만 판매’ 원칙을 지키는 중이에요. 그런 원칙이 ‘성심당다움’이 되어가고 있죠.
이런 성심당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지역을 빛내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대구에서 문을 연 홍두당인데요. 2015년 메르스 대유행, 2020년대 팬데믹을 버텨내고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근대골목단팥빵을 시작으로 근대골목도나스, 사자커피 등을 보유하고 있죠. 최근에는 싱가포르 탕린몰에도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요. 매장 측 요청으로 두 번이나 기간을 연장할 정도로 현지 반응도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홍두당은 어떻게 로컬의 가치가 주목받기 전부터 ‘지역 대표 브랜드’로 포지셔닝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치열한 베이커리 업계에서 생존하고, 해외 진출까지 할 수 있었던 열쇠는 무엇이었을까요?
💡인사이트 요약
- 시행착오와 실패를 무시하지 않고 분석하면 재도약의 단서들이 반드시 보입니다.
- ‘나만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고 개선할 때, 확장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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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정의] ‘왜 브랜드가 지역을 대표할 수 없을까?’ 궁금했어요
정성휘 홍두당 대표는 올해 40살인 ‘외식업계 루키’입니다. 작은 빵집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요식업에 관심을 가졌는데요. 대학도 외식산업 경영학을 전공하고, 식견을 넓히기 위해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으로 유학도 떠났습니다. 틈틈이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을 여행하며 현지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죠.
정 대표는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공백’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역별로 유명한 음식은 있어도, 브랜드는 없었거든요. 미국에는 서부를 대표하는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 포틀랜드의 자랑인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 등 다양한 로컬 브랜드들이 있었습니다. 오로지 그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음식과 공간으로 살아남았죠.
정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대구가 막창으로 유명해도, ‘대구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는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본 겁니다.
“유학 마지막 학기에 지역 브랜드 하나를 골라 마케팅을 기획하는 수업을 들었어요.
미시간은 빅비(Biggby)라는 커피 브랜드가 유명한데요. 워낙 지역민들의 사랑을 많받아서 스타벅스도 기를 못 펼 정도였어요.
한국 시장에는 그런 ‘지역브랜드’ 개념이 생소하더라고요. 전 여기에 주목한 거죠.”
사업 방향을 확신한 정 대표는 첫 브랜드 ‘호오탕탕’을 런칭했습니다. 부산 명물인 씨앗호떡이 핵심 제품이었는데요. 2012년 10월 부산 KTX 역사에 1호점을 연 후, 가맹사업으로 확보해 10호점까지 매장을 늘렸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불어온 씨앗호떡, 부산어묵 트렌드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죠.
하지만 2년 6개월 후, 정 대표는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았고, 첫 사업이다 보니 가맹점 관리도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거든요. 비슷한 컨셉의 매장들도 생겨났고요. 그러나 이때의 실패가 지금의 홍두당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관점] 음식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어요, 이야기가 있다면.
정 대표는 호오탕탕이 실패한 원인을 브랜드 고유의 매력 부족, 가맹점 관리의 어려움, 그리고 지나치게 빠른 확장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죠.
- ‘반드시’ 지역(대구)의 스토리를 담을 것
- 가맹사업은 하지 않을 것
- 브랜드 확장은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
이 중에서도 핵심은 이야기였습니다. 고유한 스토리가 있어야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경쟁자들도 흉내내기 힘들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정 대표는 그의 고향 대구, 그중에서도 ‘근대골목’에 주목했습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대구 시내를 모티브로 조성한 공간인데요. 옛 대구 도심 골목길을 재현해 예전부터 관광 명소로 유명했습니다. 정 대표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2015년 두 번째 브랜드를 런칭했고, 그게 바로 근대골목단팥빵이었죠.
‘근대골목’이라는 키워드는 이름뿐만 아니라 브랜드 구석구석에 적용됐습니다. 매장 인테리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컨셉으로, 1920~30년대가 연상되는 가구들로 꾸몄어요. 공간 내 음악도 당대 유행했던 대중가요, 재즈 등으로 구성했죠. 단팥빵도 전부 수작업으로 만드는데요. 집에서 팥을 조리해 만들던 옛 시절 단팥빵을 재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녹차생크림단팥빵 같은 메뉴로 젊은 고객들에게도 손을 내밀었죠.
이런 노력에 힘입어 근대골목단팥빵은 2년 만에 전국에 14개 직영점을 확보했습니다. 입점 기준이 까다로운 롯데ㆍ현대ㆍ신세계백화점에도 입점했어요. 공간 특성과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포토존 같은 장치들도 도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구 근대골목’이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았죠. 현재 근대골목단팥빵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구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례 코스가 되었습니다. 정 대표가 꿈꿨던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거예요.
[차별화] 천천히 뿌리를 내릴수록 확장의 가능성도 커집니다
정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성심당, 이성당보다 홍두당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남다른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녀와 손자 세대까지, 대를 이어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거든요. 이를 통해 홍두당은 대구를 여행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투어 푸드(tour food)를 넘어, 지역의 유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근대골목단팥빵이 전국 곳곳에서 성공했지만, 정 대표는 오히려 더욱 대구에 집중했습니다. 기업 신사옥도 근대골목 중심가에 세웠고, 지역 협동조합과 업무제휴 협약도 체결했어요. 최근에는 대구 시내에 제품 생산공장도 건설했죠. 공장 자체를 지역 관광상품이자 브랜드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인데요. 이처럼 내실에 집중한 방향성 덕분에, 홍두당은 코로나19의 타격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인재 채용도 지속성을 고려하는데요. 홍두당에서 일하는 제빵사들은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제품 생산 공장에는 70대 직원도 있죠. 트렌드에 밀려 사라지는 전통 제빵 노하우를 유지하면서도, 젊은 아이디어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들도 신입 제빵사로 채용해 로컬 경제에도 기여하는 중이죠.
“빵은 결국 맛이 생명이어서 기술이 중요해요. 어르신들은 노하우가 있고, 젊은 친구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죠.
70대 직원은 어린 친구들과 일하는 게 재밌다고 말해요. 젊은 직원들은 이런 분들께 얻을 게 너무 많고요.”
_정성휘 대표,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정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에 대구 음식을 알리는 것입니다. 이미 인천공항에 근대골목단팥빵 매장 2개가 입점해 해외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정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지역 특성을 살린 아이스크림 브랜드도 준비 중입니다. 미국 아마존 입점도 논의 중이죠.
‘대구와 함께하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에 집중한 덕분에, 홍두당은 확장의 기회를 잡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홍두당에게 배우는 [액션 노하우]
- 사업 실패를 해부하듯 살펴보고, 원칙을 세워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 정성휘 홍두당 대표는 해외 경험으로 로컬 브랜드의 가능성을 일찍 발견했어요. 하지만 부산 씨앗호떡을 내세운 첫 사업은 외부 요인과 내부 관리 이슈로 성공하지 못했죠.
- 정 대표는 이 실패를 철저하게 분석해, 다음 사업의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이 원칙들은 홍두당이 흔들리지 않고, 대구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는 기반이 됐어요.
- 시간이 걸려도 ‘내 이야기’를 만들면 확장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 근대골목단팥빵이 급성장했지만, 정 대표는 서둘러 확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현지 신사옥 및 공장 건설, 현지 인재 채용 등 로컬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죠.
- 홍두당이 대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다진 내실은 코로나19, 유사한 컨셉의 기업 등장 같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고유한 매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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