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수산업 유니콘으로 등극한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2013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eFishery’는 IoT 기기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산양식 업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마침내 2023년, 42X 펀드로부터 2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유치를 성공하며 eFishery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요! 최초의 수산업 유니콘이 등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eFishey는  IoT 기기를 통해 사료 배급량을 자동 조절하는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양식장 원격 관리 및 사료 마켓플레이스 등을 운영하고요. 이러한 온오프라인 솔루션을 통해 수산양식업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수질 오염 문제도 개선합니다.

 

eFishery에 따르면, 물고기가 최적의 성장을 이루려면 체중의 약 4%만 하루에 먹어야 합니다. 

적게 먹으면 천천히 자라서 문제고 너무 많이 먹으면 번식 시 낭비가 발생할 수 있죠. 수질이 빠르게 나빠진다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먹이 주는 타이밍도 중요한데, 이걸 양식업자가 수동으로 항상 체크하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eFishery가 제공하는 IoT 시스템은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사료 배급기에 센서를 달아, 사람 대신 배급기가 스스로 물고기의 움직임 등 양식장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하여 사료 배급 타이밍과 양을 조절하여 자동 배급합니다. 태양광 패널에 연결돼 있어 전기 공급 또한 자체적으로 해결하죠. 현재 인도네시아 약 280개 지역에서 7만 명 이상의 소상공인 양식업자가 eFishery의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수산양식이라는 분야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통해 혁신할 여지가 큰 시장이라는 걸 eFishery가 증명했죠.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작은 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장장 1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eFishery 창업자 Mr. Gibran Huzaifah는 “창업 후 처음 5~6년간 시골의 양식 종사자들이나 벤처 투자자로부터 수없이 거절을 당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농가에서는 기존에 익숙한 방식이 아닌 디지털 기기와 앱을 활용하는 방법에 회의적이었죠. 수많은 투자자들이 수산양식업을 잘 모르거나 그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고객의 문제를 깊게 파고든 eFishery는 약 4년만에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2022년 연 매출이 2억6300만 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핵심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에 귀기울이며 좋은 제품으로 뚝심 있게 사업을 하는 기업가에게 기회가 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eFishery의 성장 스토리에서 배울 점

 

  •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세요. 

여러 인터뷰에서 eFishery의 창업자는 자신이 이 사업을 통해 사람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비전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상생’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예컨대 efishery에서는 물고기 사료를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와 B2B 고객에게 수산물을 판매하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플랫폼이 PB상품을 만들어 가격 경쟁이나 홍보 우위를 점유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에 eFishery 팀은 ‘자체 사료 공장을 짓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힙니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플랫폼 내에 입점한 사료 생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맺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죠. 이러한 의사결정을 통해 eFishery는 수산양식업 전체의 비효율을 해결하고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운다는 비전을 재차 강조합니다. 매력적인 비전은 성장의 밑거름이 됩니다. 

 

  • 진심으로 풀고 싶은 문제여야 인내심이 생겨요.

eFishery가 유니콘에 등극하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죠. Techcrunch에 따르면 eFishery 팀은 양식업자들에게 유튜브로 정보 검색하는 법까지 가르쳤습니다. 팀은 인도네시아 각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를 익히고, 중개인과 친분을 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핵심 고객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시장을 혁신했습니다.

그럼에도 eFishery 팀이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1번과 관련돼 있습니다.

첫째로, eFishery는 창업자 본인이 직접 겪어본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정성을 쏟았고요. 

둘째,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문제’도 해결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창업자가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라면 아무리 힘든 난관을 만나도 인내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내 문제’이면서도 ‘다른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창업자 스스로 핵심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 또한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스타트업을 비롯한 성장하는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서 아닐까요?

 

  • 첫날부터 수익을 낼 만한 사업을 하세요. 

스타트업은 보통 전체 매출, 혹은 투자를 통해 확보한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eFishery의 케이스는 소셜 임팩트를 주면서도 고객으로부터 바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Gibran Huzaifah 대표는 스타트업이 ‘unit economics’를 꼭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Unit Economics란 고객 1명당 CAC와 LTV를 계산해 payback period를 산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1명을 5달러에 획득했다면 그 고객과 5달러 이상의 가치를 거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는 겁니다.  

위 조언은 결국 무작정 유저를 늘리거나 덩치를 키우는 전략이 아니라, 수익을 내는 로드맵을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Gibran Huzaifah 대표는 “무작정 제품을 공짜로 제공하지 말라”고도 당부합니다. 초기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무료로 제품을 뿌리는 전략을 자주 취하기도 하는데, 항상 그 전략이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통찰입니다. 

 

글 : 김지윤

편집 : 언더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