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자약 혁신으로 뇌전증 치료의 판을 바꾼 스타트업, 오션스바이오

전자약 혁신으로 뇌전증 치료의 판을 바꾼 스타트업, 오션스바이오
코넥스 상장을 이루기까지, 그 치열했던 여정을 돌아보며

오션스바이오 이현웅 대표 인터뷰

 

 

의료기기 스타트업, 우리가 뚫고 있는 시장은 다릅니다”

어느 하나 쉬운 창업이란 없겠지만, 그중 특히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길은 더더욱 험난하기로 유명하죠. 엄격한 규제, 긴 연구개발(R&D) 기간, 대규모 투자 유치, 시장 진입 장벽까지. 기술 하나만으로 뛰어든다면,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전증 치료를 위한 전자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오션스바이오는 2025년 1월, 창립 6년 만에 코넥스 상장이라는 성과를 만들었고 한 단계 도약한 이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오션스바이오를 CEO이자 언더독스 창업 교육 알럼나이인 이현웅 대표를 만나 전자약 시장의 기회, 스타트업 경영의 현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까지 들어봤습니다.

 

1.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아이디어도 없었지만, 시작해야 했습니다”

 

Q: 오션스바이오 창업 이전, 어떤 일을 하셨나요?

바이오 스타트업인 셀레믹스에서 초창기 멤버로 일했습니다. 창업 초기의 힘든 과정을 함께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스타트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하는지, 연구개발(R&D)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분명 다 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창업을 결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정작 내 사업을 직접 시작하려고 하니 너무 막막했습니다.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명확한 아이디어도, 제대로 된 사업 계획도 없었던거죠.

 

 

Q: 그래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찾으셨던 건가요?

네, 우선은 알아야 뭐라도 제대로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창업을 제대로 배워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워낙 주변에 창업과 관련된 지원이나 교육이 많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지원했던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떨어지는 거에요. 그때 유일하게 합격한 곳이 SBA 서울경제진흥원과 언더독스가 함께 했던 SVBP (Social Venture Boosting Program) 2기 프로그램 이었어요.

 

 

솔직히 아직도 ‘왜 나를 뽑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명확한 사업 모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완성된 아이템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요. 다만, 언더독스에서 받은 교육이 아니었다면, 아마 창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Q: 언더독스에서는 어떤 걸 배우셨나요?

단순히 창업 이론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었어요. ‘실행’ 중심의 교육이었죠.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고, 시장의 니즈를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직접 검증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창업은 결국 실행하면서 배워야 하는 거더라고요.  PoC(Proof of Concept, 개념 검증), 사업 모델(BM) 설계 등을 배우며 창업의 기본을 익혔습니다. 언더독스에서 배운 실행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고 정부 지원 사업에 도전했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2. 전자약 시장에 뛰어든 이유: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걸 해야 합니다”

 

Q: 처음부터 의료기기를 개발하려 했던 건 아니었죠?

맞아요. 처음부터 의료기기를 만들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저희가 다루는 핵심 주제는 신경 전달 물질이었는데, 이걸 제품으로 만들려다 보니 선택지가 몇 가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의료기기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어요. 개발 비용도 많이 들고, 규제도 복잡하고,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요. 제약 산업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었어요. 시장 진입도 상대적으로 쉽고, 비교적 빠르게 제품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건기식으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임상 실험을 해보니까 효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어요. 이 상태로는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결국 의료기기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게 됐어요. 다행히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큰 타격 없이 아이템을 전환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정말 많은 걸 배웠죠. ‘이 정도 준비로는 안 되는구나’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출처: 뉴스타터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datejust88/223026065400)

 

그렇게 의료기기로 방향을 틀면서 본격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고, 그 자금으로 지금까지 사업을 확장해온 거예요. 결국 건기식은 의료기기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험이었고, 그 실패가 지금의 오션스바이오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의료기기로의 전환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건강기능식품에서 의료기기로 넘어간다는 건 단순히 제품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업 모델 자체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의료기기는 진입 장벽이 높고, 인증 과정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한 번 시장에 안착하면 경쟁력이 강한 분야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방향을 바꾼 거죠.

 

Q: 여러 의료기기 중 뇌전증 전자약 개발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저도 초기에는 제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어요. 신경 전달 물질을 활용한 제품이라면 무엇이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죠.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여러 방향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동안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시장과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사업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철저하게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보다 시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저는 다시 시장 조사를 시작했고 그러다 발견한 게 뇌전증 전자약 시장이었어요. 당시 글로벌 대기업들이 1,500억 원 이상을 들여 연구하고 있었지만, 아직 시장을 장악한 기업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술 개발이 어려운 분야기도 했고, 실제로 상용화된 제품이 거의 없는 상태였어요. 그 공백이 오션스바이오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대로 메우기만 한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 기업들은 대부분 신경조절 임플란트(이식형 전자약)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저희는 비침습적(Non-invasive)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전자약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죠. 저희만에 차별점이 분명했어요. 앞으로도 기존의 불편한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더 많은 환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고요.

 

3. 창업의 현실, 그리고 코넥스 상장 : “상장은 끝이 아닌, 더 높은 난이도의 퀘스트가 있는 새로운 챕터의 시작일 뿐이죠”

 

Q: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무래도 투자 유치가 아니었나 싶어요.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자금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일반 IT나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고 시장 테스트를 해볼 수 있어요. 근데 의료기기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립니다. 여기에 임상시험, 인허가, 양산까지 거쳐야 시장에 나갈 수 있죠. 그만큼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투자자 입장에서도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어요. 초기에는 그래도 정부 지원금과 R&D 과제를 통해 버틸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면서부터는 외부 투자가 필수적이었죠.

그런데 2022년 이후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어요. 특히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유치하는 투자 금액이 급격히 줄었고 오션스바이오도 투자 유치가 지연되면서 몇 번이나 자금 부족(쇼트, Short)의 위기를 겪었죠.

 

 

투자가 늦어지면 그만큼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연구개발(R&D) 속도도 떨어지고, 불가피하게 인력을 줄여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런 현실을 마주하는 일이 창업가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이었어요. 저는 어려움이 생기면 바로 주변에 물어보는 편인데요, 제 주변 대부분의 창업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소위 말하는 ‘죽음의 계곡’을 지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힘든 위기들을 정부 지원금을 최대한 활용하고, 기존 투자자들과도 계속 소통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네요.

 

Q: 결국 많은 고비들을 무사히 넘기고 코넥스 상장이라는 멋진 성과를 이뤄 내셨어요. 상장 이후 달라진 변화들이 있을까요?

저는 일단 코넥스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해요. 보통 코넥스 상장을 하면 투자 유치가 쉬워지고, 회사 운영도 안정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더 바빠집니다. FDA 인증 준비, 글로벌 시장 진출, 코스닥 상장까지…해야 할 일이,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이게 현실이죠. 특히 FDA 인증이 가장 중요해요. 의료기기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 FDA(식품의약국)나 유럽 CE 인증 같은 글로벌 규제를 통과해야 해요. 근데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규제 기준이 워낙 까다롭고, 하나하나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책임감의 크기가 아닐까요. 상장 기업이 된 이상, 이제는 저희를 믿어주신 투자자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내부적으로만 고민하면 됐지만, 이제는 주주들에게도 사업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하고요. 모든 의사결정이 회사의 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목표는 코스닥 상장이에요. 코넥스는 성장 단계의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하는 곳이라면, 코스닥은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단계죠.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보통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걸려야 제대로 된 성과를 냅니다. 오션스바이오도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선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입니다.

 

4.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 “창업을 하신다고요? 혹시 운이 좋으신 편인가요?”

 

Q: 대표님은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다시 창업을 선택하실 건가요?

음 솔직히 자신있게 YSE라고 답하기가 어렵네요. 지금까지 해온 걸 돌이켜 보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엄두가 안 나요.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버티는 과정이 더 힘들었거든요. 스타트업은 성공하면 보람 있는 일이지만, 그 과정은 고통이죠. 자금 부족, 직원들의 이탈, 투자 유치 실패, 제품 개발 난항… 수없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한 번 해결하면 끝이 아니라, 그 뒤에 또 다른 문제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죠.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한 번 해보니까 정말 많은 걸 경험했고, 지금도 매일 배우고 있어요. 내가 만든 제품이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면, 그만큼 뿌듯한 일도 없고요. 그래서 다시 선택할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겠지만 결국 또 하게 될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라는 게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잖아요. 그게 힘들면서도, 저는 그런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인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성향이 창업에 맞나 봅니다.

 

Q: 대표님 옆에 지금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주변에 왜 창업을 하고 싶냐 물으면 출퇴근이 자유로워서 하고 싶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고, 월급쟁이처럼 정해진 틀 없이 일할 수 있다고요. 그럼 저는 대답하죠. 자유롭게 출근해도 48시간 만에 퇴근할 수도 있다고. (웃음) 창업은 자유로운 게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치열한 일이에요. 회사원 일 때는 일이 많아도 월급이 나오지만, 창업가는 일이 많아도 돈이 안 나올 수 있죠. 보통 제품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짧아도 5년, 길면 10년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버티려면 돈, 사람, 끈기가 다 필요해요.

그리고 저는 창업이 운이 90%라고 생각하는데요, 같은 노력을 해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고, 실패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면 운이 없다면 창업을 하면 안되냐고요? 그렇지는 않아요. 운이 90%라면, 남은 10%는 실행력이에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실행하고, 빠르게 수정 하면서 운이 나에게로 올 때까지 버텨낼 수 있는 팀은 결국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오션스바이오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스타트업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도전과 실행, 그리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결국은 ‘될 때까지’ 한다는 창업의 기본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길 수 있는 생생하고 귀한 경험의 기록입니다.

창업의 시작부터 코넥스 상장까지, 그리도 지금 이 순간도 실행을 통해 성장하고 있을 오션스바이오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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