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출, 답답하다고 느낀다면…” 창업가 출신 재일교포 교수의 조언

(이미지 출처=강리혜 교수)

 

해외 시장 진출, 특히 일본 시장을 고려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라면 한 번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봤을 겁니다.

 

요즘 일본에서 스타트업 지원을 많이 해준대. 근데 일본이 한국이랑 문화가 달라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네.”

 

이처럼 사업 기회를 두고 매일 의사결정의 시험대에 오르는 창업가에게 일본 시장은 매력적이면서도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곳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일본 진출을) 하지 말라는 말인가?’라는 의문이 한국인의 발목을 붙잡는 셈이죠.

마침 이러한 망설임에 대해 답을 줄 전문가가 있습니다. 이번 글은 <일본과 한국의 혁신창업 생태계와 기업가정신>를 주제로 개최되는 언더독스 액션 세미나에 참여하는 호세이대학교 기업가정신 전공 ‘강리혜 교수’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언더독스와의 인터뷰에서 강 교수는 재일교포 창업가로 성공한 배경, 창업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이유와 일본 비즈니스 문화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닮은 듯 다른 일본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는 그에게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는 것과 같았다고 하네요.

 

*일본 시장에 관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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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사업으로 성공한 창업가가창업 교수 되기까지

 

1.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호세이대학교 디자인공학부 강리혜 교수입니다. 기업가정신에 관해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로, 2024년 봄부터 도쿄도의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가 교육 통합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있습니다. 사이타마현 대학생 기업가 교육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기자에서 기업가로, 이후 학자로 커리어를 확장하셨는데요. 과정과 이유에 관해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사히신문사에 수석으로 입사했습니다. 당시 재일동포 3세인 제 주변에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 자체가 당시 저에게는 스타트업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던 중 25살 때 사업 아이디어를 만나 퇴직 후 창업했는데, 곧바로 창업가로 성공하면서 제가 사업 천재인 줄 착각했습니다.(웃음)

더 공부하면 더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정리하고 와세다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는데요. 공부하면 할수록 제가 우연히 성공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창업 자체에 대한 연구에 매료되어 창업 활동과 창업 연구를 병행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3.25살에 어떤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셨을까요?

당시 저는 웨딩 관련 비즈니스를 시도했습니다. 해외에서 드레스를 수입하고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주선하는 사업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결혼 적령기에 있어서 고객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반면 웨딩 업계 경영자들은 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젊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운좋게 제 사업이 차별화하면서 창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가르칠 있을까? 일본창업 학과교수의 답은

 

4.특히창업 관해 가르치게 이유가 있나요? 창업 교육을 하게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에 돌아와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창업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이 사회에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업 아이디어를 만나도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면 창업할 수 없습니다. ‘위험 회피 성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죠. 어릴 때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기업가는 늘어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저는 재일동포로서 주변에 창업가들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을 배우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젊은 세대에게 창업을 가르치는 것이 창업가를 양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5.’위험을 감수하는 가르칠 있을까요? 창업 연구자로서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을 어떻게 가르치시는지 조금 설명해주실 있나요?

제 경우에는 함께 비즈니스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가 리스크를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리스크를 감수합니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때와 신중하게 가야 할 때를 구분해서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배웁니다.

예컨대 저는 “이 상황이 도전할 만한가?”라는 질문을 학생이나 스태프에게 자주 묻습니다. 도전할 만한 상황이라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렇지 않다면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종종 오판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큰 상황에서는 특히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의 장에서 경험적으로 가르치려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비용 탓에 기회를 잃을 우려가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의사결정이 창업가에게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6.최근 일본의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많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최근 일본의 창업 생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에서야 비로소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속도감이 부족합니다. 너무 신중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인데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라 볼 수 있습니다.

 

7.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특히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대학과 거기서 비롯된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만 국내를 지향하는 성향이 강한 것이 일본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것입니다. 일본 내수 시장이 커서 해외 진출 의사가 약한 일본은 지금 엔화 저하로 인해 해외로 나갈 체력도 뒷받침하지 못한 듯합니다.

 

8.일본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벤처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점은 무엇일까요?

일본은 변화를 지양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그래서 속도가 느리죠. 벤처기업들은 이걸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단적인 예시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 여러 차례의 시찰과 진전 없는 회의가 반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진전 없는 반복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중에서도 무의미한 것과 의미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는 안목과 경험치가 일본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합니다.

 

9.일본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반복되는) 회의가 의미있는지, 무의미한지 어떻게 구분할 있을까요? 예시나 비유를 들어서 부분에 대해 조금 알려주세요.

예컨대, 회의에 참석하는 멤버가 조금씩 상급자로 변경되고 있는지, 여러 각도에서 리스크를 검토하는지 등을 살펴보면 회의의 경중을 따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시간만 낭비하며 회의를 반복하는지, 진짜로 상대방이 신중하게 검토하는지 파악할 수 있죠. 물론 처음에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회의 담당자의 경력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 사람이 ‘출세 코스’에 있는지 여부도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스타트업이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회복할 있어요

 

10.이번 언더독스 액션 세미나에서 어떤 이야기를 예정이신가요?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는가?

오는 언더독스 액션 세미나에서 저는 ‘한일 스타트업 비즈니스 생태계 공동 구축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재일동포인 저로서는 한일 양국이 협력해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알기 때문에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파트너라고 확신합니다.

 

11.”한일 스타트업 비즈니스 생태계 공동 구축 가능성라는 비전이 인상깊습니다. 양국이 강력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다고 믿는 배경, 맥락에 대해 조금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일 양국이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 예를 들어 저출산, 고령화, 자본주의의 강세 등은 공통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협력을 통해 경험치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앞서 나간 선진국들은 기술과 시장 장악력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신흥국은 한국의 위상을 바짝 쫓아옵니다. 이러한 한국의 현주소는 “Japan As No.1″이라고 불리다가 그 자리를 내려놓고, 긴 침체기를 겪었던 일본의 행보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양국은 정치적으로든 지리적으로든 장기간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치적으로는 대립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손을 잡는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서는 위와 같은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필요합니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속도와 성장만이 규칙인 스타트업의 세계에서야말로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10여 년 전, 일본에서 혐한 붐이 심해지고 혐오 발언이 난무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창업가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무시했습니다.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고, 오히려 저를 걱정해줬습니다. 반면, 근거 없는 혐한 논리에 영향을 받은 대기업 직원들에게 노골적인 민족 차별을 여러 번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는 단지 사업에서만 아니라 마인드셋에서 다르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12.마지막으로, 언더독스 액션 세미나를 앞두고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르곤 합니다. 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저에게 한국과 일본은 겉모습이 비슷해도 속은 정반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점이 많습니다.

이제는 벤처나 한국 모두에 대한 일본 내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일본의 젊은 층은 한국 문화에 열광하고 있으며, 제 학생들은 제가 한국인 교수라고 자랑합니다. 한국에서 만나는 한국 대학생들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본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간단한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이해합니다.

더군다나 양국 정부는 스타트업 육성에 막대한 예산을 할애하고 있고요. 천재일우의 기회가 도래했습니다. 이 기회를 살리는 사람이 진정한 기업가로 거듭나리라 믿습니다. 이번 언더독스 액션 세미나가 2025년 한국과 일본 스타트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일본 창업 생태계와 비즈니스 기회에 대해 가장 생생하게 접할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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