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가구로 연 매출 20억? 페이퍼팝이 ‘보이지 않는 시장’ 개척했던 법

 

종이 침대, 종이 선반, 종이 책장까지. 

한국에서 생소한 종이 가구로 2023년 연매출 20억 원에 도달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2013년 개인사업으로 시작해 2018년 본격적으로 법인이 된 페이퍼팝 이야기입니다. 페이퍼팝은 지금까지 30만 개 이상의 종이 가구를 판매하는 등 국내에 없던 시장을 개척했는데요. 이제는 일본, 프랑스 등 해외로도 종이 제품을 판매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페이퍼팝은 어떻게 생소한 제품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을 개척했을까요? 페이퍼팝이 성장한 계기와 과정은 무엇이었을까요?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페이퍼팝의 창업 과정과 사업 확장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인사이트 요약

  1. 물건이 아닌 문제에 집중해야 고객이, 사업 전략이 보입니다. 
  2. 고객 중심 관점과 기술 개발, 이렇게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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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정의] 주변에 보이는 불편함이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어떻게 페이퍼팝은 ‘종이 가구’로 창업을 하게 됐을까요?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박대희 대표님은 4년간 박스 패키징 회사에 근무했습니다. 
  • 식품 회사에 박스를 납품할 때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해외 전시회에 참석했을 때 종이로 만든 가구, 전시 구조물을 우연히 발견했고, 아직 국내에서 이러한 시도가 드물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버려지는 종이를 재활용하는 일환으로 종이 책장 같은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2013년 박 대표님은 개인 사업으로 종이 책장을 만들며 페이퍼팝을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 기회’가 있다는 판단 하에 일단 시도를 해본 것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해 종이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면서 박 대표님은 ‘현타’가 왔습니다. 

 

“(종이 제품을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포스트잇, 문구류, 박스 외주 등등 별 걸 다 제작해 팔고 있더라고요. 프리랜서로서 돈 되는 건 다 하는 생활을 한 3~4년 하니 ‘이게 정말 맞는 건가’ 고민이 들었어요.” –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

 

이후 페이퍼팝은 ‘문제 정의’부터 완전히 새로 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단지 종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왜 종이 제품을 만들어 파는지, 구체적이고도 새로운 문제의식(관점)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페이퍼팝은 ‘종이를 접어 만드는 즐거운 공간’이라는 슬로건에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더했습니다. 그러한 가치를 지지하면서도 특정 고객측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페이퍼팝이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페스티벌, 전시 등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매립이나 소각 처리를 해야 하는 종이 소재를 지양하게 됐어요. 우리 제품에 ‘Why’를 더하는 친환경적인 가치, 그런 가치를 지닌 제품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 

 


 

[새로운 관점] 문제를 다르게 정의해야 고객이 명확해져요

 

‘같은 종이 가구도 다 같은 종이 가구가 아니다.’ 

 

이렇게 차별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페이퍼팝은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의 가치가 정확히 어떤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는지 되짚었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핵심 고객은 ‘1인 가구’였습니다. 

  • 종이 가구의 경우 직접 간편하게 조립할 수 있고, 단기간 짧게 사용하고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 1인 가구는 라이프스타일 및 이사 주기 등을 고려했을 때 매번 기성 가구를 구매하거나 옮기는 데 불편함을 겪습니다. 
    • 배송비 
    • 폐기 비용
    • 재활용의 어려움
      • “중고 가구의 비율은 5%로 되지 않는다.”
  • 이러한 번거로움을 종이 가구로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고객에게 가치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1인 가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종이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종이 가구에 대한 기업 문의도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SK에서 주관한 사회적 기업 행사 SOVAC 전시 부스를 페이퍼팝이 종이 제품으로 제작하기도 했고요. 춘천에서 열린 로컬 행사에서도 종이 가구를 공급했죠. 2024년 종이 제품에 대한 B2B 거래 비중은 20~30%인데,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갈수록 친환경적인 전시를 하고 싶다는 니즈가 늘고 있어요.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러한 기류가 있긴 했지만, 팬더믹을 거치면서 확실히 세간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선 전시, 행사, 페스티벌 용품들에 대한 B2B 의뢰가 증가하고 있어요.”

“이처럼 인식이 달라질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로 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강도 있는 종이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여의치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강한 종이를 많이 생산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종이 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글로벌하게 종이 가구를 포함한 제품이 많이 쓰이는 추세입니다.” –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면 가치 제안이 수월해집니다!

친환경과 편의성이라는 가치를 특정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페이퍼팝은 1인 가구 외에도 다양한 고객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종이 책장, 종이 침대, 수납함, 정리함 등 1인 가구용 제품들 뿐 아니라 (이사, 가구 폐기 등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사무실용 데스크, 인테리어 용품, 반려동물용 제품들도 종이로 만들게 됐습니다.

 


 

[차별화] 종이 가구 사업,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다르게 했어요

 

또한 페이퍼팝은 제품 개발에서도 차별화를 모색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방식부터 제조 인프라, 제품 기획 과정에서 한 끗 차이를 만드는 데 공들였어요. 

 

(1) 종이 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바꾸다

종이 제품 자체는 새로운 컨셉이 아닙니다. 동일본 대지진, 도쿄 올림픽 등에서 ‘종이 침대’가 쓰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2차 대전 당시 물자가 부족할 때 종이로 유아용 테이블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보통 이런 종이 가구는 ①풀로 붙이는 방식 ②종이 접기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다 보니 종이 가구는 대량 생산과 제품 제작을 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종이를 접어서 커다란 책상을 만든다고 상상해보세요. 당연히 제품 카테고리에 한계가 생깁니다. 더군다나 종이가 일부 망가지면 전체를 버려야 해서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페이퍼팝은 ③연결부재 방식을 택했습니다. 종이 가구에 쓸 수 있는 나사, 못을 직접 개발해서 대량으로 생산한 후 종이 제품을 가공하고 조립하는 데 쓰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자체 생산 인프라를 개발해서 종이 제품을 양산하는 역량에 집중했습니다. 종이 자체는 저렴한 소재가 아니지만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어서 박스 재료로 애용한다는 데서 착안한 결정입니다. 자동화 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해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2) 종이 재질에서 친환경 가치를 더하다

여기에 더해 페이퍼팝은 종이 제품을 최대 95% 이상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재질을 개발했습니다. 골판지 회사와 협업해 물에 강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면서 친환경 가치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에 집중한 겁니다. 

덕분에 2022년 기준으로 페이퍼팝은 1500톤 규모의 자원 절감 효과를 얻기도 했죠. 가구용 종이를 직접 배합해 만들었기 때문에 책장은 100㎏, 침대는 3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후문입니다. 

 

(3) 종이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아이디어로 삼다

페이퍼팝은 아이들을 위한 가구, 고양이 용품, 페스티벌용 종이 의자 등을 개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모두 고객의 반응과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종이 제품들이었습니다. 

  • 아이들이 종이 가구에 부딪혀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소비자의 리뷰를 반영해 아기 용품을 거치하는 종이 선반을 제작했습니다. 
  • 깨끗한 화장실에서만 볼일을 보는 고양이를 위해 임시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따라 종이로 된 고양이 화장실을 개발했습니다. 
  • 페스티벌에 참석했을 때 바닥에 오래 앉아있어 허리가 아프다는 점에 착안해 휴대와 재활용이 간편한 종이 의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페이퍼팝 사업 초기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최소기능제품(MVP)에 대한 수요를 테스트하면서 얼리어답터, 브랜드 후원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누적 35회 이상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약 3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도에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 및 마케팅 활동을 확장했어요. 그전까지는 천만 원 내외 펀딩이 주로 이뤄는데요. 이때 처음으로 한 달간 3개 제품을 한 번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게재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반응이 좋았었어요. 투박한 종이 가구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컬러를 시도해서 특색있는 제품을 시도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

 


 

💡페이퍼팝에서 배우는 [액션 노하우]

 

✍️ 물건이 아닌 문제에 집중해야 고객이, 사업 전략이 보입니다. 

-페이퍼팝은 “지구에 사는 80억 명 인구가 종이 가구를 쓰는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종이 가구가 고객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면서도 ‘자원 순환’이라는 사회 문제까지 해결하는 데 집중했어요. 

-종이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와 그에 대한 응답(가치 제안)에 초점을 맞추니 사업의 방향성과 고객층도 훨씬 구체화했어요. 

 

✍️고객 중심 관점과 기술 개발, 이렇게 해서 차별화 했습니다. 

-기존 종이 가구, 제품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근본적으로 필요한 변화를 고민했어요. 

-다양한 종이 제품을 대량 생산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종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 인프라를 혁신했어요. 

-고객 관점에서 종이 가구가 쓸모 있는 순간을 포착해 실제로 고객이 애용할 만한 종이 제품을 출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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