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그대로였던 미국 스쿨버스 시장을 뒤바꾼 유니콘, Zūm의 성장비법

 

 

47억 7,700만 달러. 2024년 미국 스쿨버스 시장의 규모입니다. 6,900여개 기업들이 경쟁 중인 거대한 시장이죠. 

하지만 여러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려 온 분야이기도 한데요. 비효율적인 운영과 50년 넘게 변하지 않은 안전 법규, 차량 노후화로 인한 환경 오염과 안전 우려 등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는 학생들의 출석과 학업 성취도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혁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이런 흐름을 타고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2015년부터 꾸준히 학생들의 교통을 개선해 온 줌(Zūm)인데요.

최근 기업가치 13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유니콘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줌은 어떻게 보수적인 스쿨버스 시장에 틈을 내고, 유니콘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인사이트 요약

  1. 우리 비즈니스가 유효한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빠른 실험과 개선의 반복입니다. 
  2.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잊지 않을 때, 고객과 주변 사람들까지 감동하는 비즈니스가 만들어집니다.

🏃 [언더독스 액트프러너]는 세상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정의해 자신만의 솔루션을 실행에 옮긴 실행가들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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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정의] 나의 불편함이 ‘사회적 임팩트’로 연결될 수 있어요

 

줌의 CEO, 리투 나라얀(Ritu Narayan)은 오라클과 IBM, 야후를 거쳐 이베이에서 시니어 프로덕트 팀 리더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두 자녀가 타는 스쿨버스가 고장 나는 일이 생겼죠. 나라얀은 직장에 지각하는 걸 감수하고 아이들을 데려다줘야 할지,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야 하는지 막막했다고 하는데요. 이후에도 스쿨버스가 시간표보다 늦게 오는 등,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나라얀은 ‘커리어와 육아는 공존할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죠.

나라얀은 어머니가 가족을 키우기 위해 커리어를 포기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30년이 지났는데도 여성들이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에 놀랐죠. 그리고 주변에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며, 고질적인 스쿨버스 관련 문제가 해결할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아이를 데리러 가고 데려다줄지 항상 고민됐어요. 알고 보니 주변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인도에서 교육자였던 제 어머니도 같은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셨죠. 여러 세대에 걸친 문제인데도 해결책이 없다는 걸 깨달은 게 저의 ‘아하 모멘트’였어요.”

_리투 나라얀, LTSE 팟캐스트에서

 

그리고 2015년, 나라얀은 ‘리프티(Liftee)’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테스트했습니다.  ‘우버(Uber)처럼 앱으로 차량을 호출해 아이 등하교를 맡길 수 있다’라는 설명만 넣은 홈페이지를 만들고, 근처 학부모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죠. 

하루도 안 돼 300건 넘는 문의가 들어오고, 몇 주 되지 않아 구글 같은 회사에까지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나라얀도 자신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빠르게 확인한 실행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관점] 완벽함보다 ‘신속하고 꾸준한 개선’이 중요해요

 

(1) 핵심만 담은 제품 출시 후, 고객 피드백에 맞춰 성장하다

줌은 ‘100% 완성도’를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필수 기능부터 만들고, 시장 조사와 고객 피드백 반영을 반복하며 서비스를 발전시켰죠. 초기에는 팀원들이 구글 시트로 정보를 정리하고, 페이팔로 일일이 대금을 정산했습니다. ‘언제든지 등하교 수단을 호출할 수 있다’는 기능만큼은 확실하게 구현한 겁니다.

고객 우려도 신속하게 반영했습니다. 서비스를 운영하며 줌 팀은 ‘아이를 믿고 맡기기 걱정된다’는 의견을 받았는데요. 이를 계기로 줌은 아래 안전장치들을 도입했습니다. 

  • 최소 3년 이상 무사고 운전 경력 확인
  • 운전자 본인 차량으로만 줌 서비스 제공 가능
  • 운전자 및 동승자 모두 포함하는 100만 달러 규모 보험 가입
  • 영유아 안전 시트 장착 의무화

 

이처럼 기민하게 고객 목소리를 적용한 덕분에, 줌은 실리콘밸리 학부모들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고객 90%가 매주 줌을 이용했고, 매일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 비중도 40%에 달할 정도였죠. 

 

 

(2) 고객에 맞춰 변화하는 마인드셋으로 B2C에서 B2B 스타트업으로 변신

줌의 유연함은 사업 모델을 바꿀 때도 빛을 발했습니다.

어느 날 나라얀은 지역 사립학교 부학장과 면담을 하면서, 학생 등하교를 위해 대형 버스회사와 계약한다는 걸 알게 됐죠. 나라얀은 줌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부학장을 설득해 5만 달러 규모 계약을 따냈어요. 

이후로도 기존 스쿨버스 시장을 공략하며 B2B로도 발을 넓혔죠. 2018년에는 지역 아동 건강 위원회가 줌의 서비스를 100만 달러에 도입하면서, 학교와 공립기관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다 2019년, 줌은 갈림길에 섰습니다. 줌을 ‘민영 스쿨버스’로 도입하고 싶다는 요청들이 늘어났거든요. 다시 안정적인 B2C에 집중할지, 본격적인 B2B 스타트업으로 피벗(Pivot)할지. 나라얀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8달을 고민한 나라얀은 놀랍게도 후자를 선택했는데요. ‘가족과 커리어가 공존할 수 있는 가정’이라는 줌의 사명을 더 큰 스케일로 실현하기 위해서였죠.

 

“‘줌이 이미 지역 학생들 10~20%의 교통을 책임지고 있다면, 100%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전과 효율성, 사용자 경험까지 혁신할 수 있는 본격적인 스쿨버스 회사가 된다면 많은 게 달라질 것 같았어요. (중략)

물론 리스크는 있었죠. 하지만 줌이 변하면 더 많은 고객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_리투 나라얀, Entrepreneur 인터뷰에서

 

변화를 결심한 줌은 첫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재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무엇이 가장 부족한지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시작한 후 개선해 나갔죠. 이를 통해 아래 세 가지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 차량 직접 소유 및 관리: 줌이 등하교 차량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신뢰 강화
  •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한 전기차량 운행: 매연과 소음에서 자유로운 차량 도입으로 학생들의 건강한 등하교 지원
  • 클라우드 기반 기술 역량 강화: 운전 경로 최적화 등이 지원되는 차량, 관리인을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등

 


 

[차별화] 아무리 사소해도 고객이 원하면 반영하는 게 진짜 디테일이죠 

 

줌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님 입장은 물론 아이의 건강까지 고려했다는 점입니다.

오랫동안 미국 스쿨버스들은 공급자 중심이었어요. 경쟁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시장이다 보니, 낡은 차량을 계속 운영했죠. 여기서 나오는 매연과 소음 때문에 아이들은 불편함을 겪었고요. 2016년에는 뉴욕 타임스에서 “낡은 스쿨버스들이 아동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지적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줌은 사업 초기부터 아이들도 고객이라 생각하고 서비스를 만들어 왔어요. 전기차량 도입이 대표적인데요. 환경 보호를 위한 것도 있지만, ‘매연과 소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등하교’라는 가치 구현을 위한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상용차 대비 4~6배 용량의 배터리 탑재, 운행하지 않을 때 지역 전력망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 적용 등 개선을 거듭했죠.

이런 노력 덕분에, 줌이 사업을 시작한 오클랜드 교육구는 미국 최초로 전기 스쿨버스로만 운영되는 지역이 됐습니다. 더 많은 학생이 소음과 매연 걱정 없이 등하교할 수 있게 됐죠. 줌은 앞으로 미국 전역의 스쿨버스 1만 대를 전동화한다는 목표를 선언하고, 다른 지역으로도 서비스를 확대 중입니다.

 

줌은 장애인 학생들에게도 믿을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이전까지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부모님에 의존하거나, 개인적으로 교통수단을 알아봐야 했어요. 기존 스쿨버스은 상하차가 불편하고, 시간표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잦았거든요. 

줌은 이런 불편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차량을 개선하고, 운전사 교육도 강화했죠. 모든 줌 운전사는 응급상황 대처법부터 장애 학생들이 탔을 때를 위한 운전법, 관계 형성법 등을 교육받습니다. 

 

운영 및 관리 솔루션도 충실합니다. 지리적 요건에 적합한 차량 종류와 규모, 접근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 고객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제안하죠. 관리자들을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비상상황 대응 기능 등이 합쳐진 대시보드도 제공합니다. 덕분에 기관 입장에서도 효율적으로 등하교 수단을 관리할 수 있죠. 줌이 고객 접점별로 ‘모든 학생은 최상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라는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하는지 보여줍니다. 

 


 

💡Zūm으로부터 배우는 [액션 노하우]

  • 완벽한 제품보다 빠른 실행과 개선이 더 효과적이예요
    • 워킹맘으로 일하던 리투 나라얀은 비효율적인 등하교 교통수단을 혁신하는 것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이렇게 가설을 세운 후에는 필수 기능만 갖춘 서비스를 먼저 공개했어요. 이후 꾸준히 고객 피드백을 반영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빠르게 성장했죠.
  •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잊지 않았어요
    • 줌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고객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줌이 꾸준히 사랑받은 것도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온 점이 컸어요. 
    • 전기차 도입부터 체계적인 운전사 교육까지. 모든 면에서 ‘학생도 고객’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스쿨버스 회사들과 비교되는 가치를 만들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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